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만든 최순실 게이트. 그러나 최 씨는 그저 깃털일 뿐 총체적인 불의와 불법의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 주말마다 100만명 가까운 시민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하며 퇴진을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100만 촛불집회를 ‘종북 좌파’로 치부하면서 지난 12, 19일 서울역광장 집회에 이어 26일에도 대통령 퇴진 반대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미스바 구국 연합 기도회가 주관한 집회에 참가한 1천여 명의 기독교인들은 ‘대통령 하야 절대 반대’, ‘대통령 임기 보장’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찬송가 반주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용희 대표는 “잘못된 선전·선동 및 여론 몰이가 떠나가게 해 달라고도 기도하자"고 했고 조영길 변호사는 “국민 다수가 요구하는 대통령 하야는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불법적인 방법”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담대하게 구국의 일념으로 반헌법적 하야 요구에 맞설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외쳤다.

지난 10일부터 매주 목요일 서울역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서경석 목사도 “ 박근혜 대통령이 저지른 잘못은 하야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하야는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을 부르고 좌파 세력이 다음 정권에 집권하기 위한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전쟁설을 퍼뜨려 유명세를 탄 홍혜선 씨는 지난 12일 회원 20여 명과 함께 광화문광장 일대를 돌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 반대를 외치다가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홍 씨는 문재인, 박원순, 박지원 등 야당 인사들을 북한 간첩이라고 규정하고 모두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씨와 함께 ‘땅굴 위기설’을 퍼뜨렸던 한성주 예비역 소장은 한 술 더 떠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언론과 국회가 모두 종북 간첩단에게 장악됐다”며 “이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계엄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세에 몰렸던 박 대통령은 자신의 퇴진을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비호 두둔하는 일부 보수기독교인들로부터 큰 용기를 얻었는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큰 책임을 통감한다. 검찰 수사뿐 아니라 특검 수사도 받겠다”던 태도에서 돌변해 검찰이 밝힌 범죄 내용을 부인한 데 이어 법에 따른 수사까지 거부하고 나섰다. 더 큰 국민적 반발과 혼란이 야기될 것이 불 보듯 뻔한 데도 며칠 전 국민 앞에 고개를 떨구고 자괴감 운운하던 태도에서 당당할 정도로 180도 얼굴을 바꾼 그 자신감은 무엇일까.

결국 국민은 죽어도 대통령 혼자 살아남겠다는 것이 아닐까. 나라는 어떻게 되든 나만 살아남으면 되는데 보수 기독교만큼 활용가치가 있는 집단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들이 맞불집회로 여론을 분신시키는 동안 어디서 대형사고 하나 터지던지 북한의 국지적 도발이 일어날 경우 안보 위기에 따른 여론의 반전도 가능하게 되고, 반전의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계산이 혹 대통령의 머릿속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을 벌어 반전을 꾀한 들 국민을 버린 통치자의 말로가 달라지겠는가. 아무리 한국기독교 일부세력이 대통령은 하나님이 세우신 분이라서 온갖 불의와 불법을 저질러도 덮어주고 감싸줘야 한다는 무지몽매한 논리로 호도한들 “오직 하나님의 공법이 물같이,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게 하라(암5:24)는 말씀 앞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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