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대한민국 대표 예능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 10년이 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에서 이 프로그램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다. 매번 색다른 도전으로 시청자들의 주말 안방을 사로잡았던 무도(무한도전의 줄임말)가 또다시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힙합 장르(랩)와 우리나라 역사를 콜라보해서 후대에 길이길이 남을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역사와 랩이 하나로 융합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가장 경건한 마음에서 정자세로 배워야 할 것이 역사다. 반대로 랩은 흥겨운 리듬감에서 속사포처럼 내뱉는 일종의 아우성이다. 그것을 하나로 묶는다는데 너무 시청률만 생각해서 앞서나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자칫 우리의 소중한 역사가 장난스럽게 보일지도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무도가 보여준 랩과 역사의 콜라보는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다.

사실 요즘 시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간단한 예로 모 아이돌 가수는 안중근 의사를 ‘긴또깡’으로 표현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또다른 인기 아이돌도 자신의 SNS계정에 일장기 모양을 아무렇지 않게 올려 자숙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뿐 아니라,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 젊은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악 장르인 힙합의 랩에 우리나라의 역사를 접목한다니 얼마나 획기적인지 모른다. 그동안 흥미가 없어 등한시 했던 우리나라의 소중한 역사를 자신들이 좋아하는 랩으로 승화시켜 가슴에 새긴다니 생각만 해도 벅찬 일이다.

무도에서 보여준 것은 바로 이 가능성이다. 특히 노래를 제작하기 위해 역사를 되짚어 가는 과정 속에서 몰랐던 내용과 새롭게 알았던 내용들까지 무도에서는 놓치지 않았다. 요즘말로 슈퍼맨이었을 것 같은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과 백성들을 위한 한글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눈을 혹사시켰던 세종대왕, 이름도 빛도 없이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독립투사, 포화 속에서도 조국을 지키기 위해 후퇴하지 않았던 국군장병들 등 이 나라, 국민을 위해 하나로 일어섰던 그들의 모습을 모두 담았다. 그리고 가슴을 적셨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그만큼 역사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매개체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유례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나라 전체가 안정을 찾지 못하고,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역사다. 무엇보다 이 나라의 안정을 갈망하는 국민들이 만들어 가는 역사다. 과거 민주화 운동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격상시켰듯이, 이번 국민들의 평화시위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뿐 아니라, 올바른 정치문화 정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의 독단적인 모습이 아닌, 바로 이 나라의 근간인 국민들에 의해서 말이다. 역사의 현장에 나갈 것인지, 뒷짐만 지고 있을 것인지. 하나님은 행동하는 양심을 원하신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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