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재 영 장로

이슬비도 찬란하다
불빛은 존재를 형광으로 물들이고
록펠러 센터 광장에서 타임스퀘어 골목에 이어지는
젖을 새도 없이 달리는 차들
무인자동차시대를 향해 질주하는지

닿아야 할 꿈에 드론을 띄우며
창조의 끝은 어딘가
밤새 불 켜고 머리 맞대는 사람의 도시
블랙할렘의 평화를 딛고
다문화 다인종이 내일을 위해 몰려온다

-『들소리문학』 2016년 가을호에서 발췌
오현정 :숙매 불문과. 『현대문학』 추천완료. 펜문학상

현대시란 당대(contemporary)에 존재하는 대상(사물이나 정서)을 새로운 시야와 감각으로 인식하여, 새롭게 해석하는 태도다. 새롭다는 말은 기존 인식의 탈피를 말한다.

이 작품은 여행소감이다. 여행이란 일상의 거주지가 아니기 마련이다. 대부분 낮선 곳이어서 비친숙성을 내포하고 있다. 비친숙성이란 곧 새로운 인식이 저절로 생성되는 장소다. 비친숙성은 시의 생명이다. 시상의 민감성을 위해서도 일부러 여행을 하기도 한다.

예시는 현대문명의 중심지에서 기행시다. 그러나 단순히 일정을 설명하는 기행문이 아니라 인류문화의 비평과 함께 희망을 발로하는 심미적 작품이다.

‘불빛이 존재를 물들인다’는 말은 존재의 본질이 현대문명에 의해 착색, 변질된 현상을 의미한다. 무인자동차시대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기계문명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기계가 문명을 움직이는 비인간화(탈인간화) 시대를 지시하고 있다.

드론도 역시 하늘을 나는 기계다. 하늘이 상징하는 의미를 암시한다. 인간이 바라보는 가치를 기계인 드론을 동원하여 하늘에 향한 소원을 말하고 있다.

‘사람의 도시’라는 말에서 희망과 회복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흑인과 백인의 화합을 뛰어넘어 전인류의 평화와 사랑을 소원하며, 동시에 확신하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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