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분열과 갈등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교단장회의(이하 교단장회의)가 겉으로는 한국교회 연합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교회협, 한기총, 한교연과는 별도로 제4의 연합기구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추진해 온 교단장회의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모임을 갖고, 예장대신 이종승 총회장(추진위원장), 예장합동 김선규 총회장, 예장통합 채영남 증경총회장, 기성 여성삼 총회장, 기감 전용재 증경감독회장, 기장 권오륜 총회장, 기하성 최성규 증경총회장, 기침 유관재 총회장, 예장대신 김요셉 증경총회장, 한영 한영훈 증경총회장, 개혁혁신 엄정묵 총회장 등 11명으로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이하 한교추) 위원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모임은 한교연 등 통합의 당사자가 교단장회의가 추진하는 통합 작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제동을 건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양 당사자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아우르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의 불씨만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눈여겨 볼 대목은 기장 권오륜 총회장이 추가된 11명 위원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기장 교단은 한기총과 한교연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교회협에 소속된 교단. 기장 교단 총회장이 통합 추진 위원에 추가되면서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기총과 한교연 소속이 아닌 감리교와 합동에 이어 기장까지 위원에 포함시키면서 한교연과 한기총 통합에 대한 교단장회의의 순수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기총 증경총회장 최성규 목사는 “교단장회의가 기장 총회장을 추진위원회에 영입한 것에 대해 “이렇게 할 거면 왜 오라고 하느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더군다나 기장 총회 권오륜 총회장은 공식적인 참여를 요청받은 상태는 아니고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6일 회의에 불참했던 예장통합 총회장 이성희 목사는 “우리 교단은 한교연에 가입돼 있다”면서 “총회장 입장에서는 한교연과 한기총의 대표들이 나와서 합의가 돼야지. 교단장회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친교단체가 아닌가”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한교추에 한기총도 한교연도 아닌 교회협에 가입돼 있는 기장 총회장이 추가 선임된 것은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과는 별도로 새로운 제4의 연합기관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갈등과 분열 속에서 홍역을 앓고 있는 한국교회 상황에서 교단장회의가 이러한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추진위원인 예장통합 직전총회장 채영남 목사는 “감리교나 기장은 교회협 소속인 만큼, 이 교단들이 함께 모이는 것은 보수와 진보의 연합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라기보다 24개 교단의 연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계 일각에서는 교단장회의가 추진하는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목회자는 “교단장회의는 사실 교단장들로 구성된 친교모임의 성격이 강한 단체다. 교단장회의가 양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 월권을 저지르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교단장회의가 주도하는 제4의 연합기구가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진정 한국교회를 위한 ‘연합’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