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에 오른 최성규 목사가 한기총 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로 하야 압박까지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석인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에 인천순복음교회 당회장 최성규 목사(75)를 임명한 것과 관련,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세월호 막말 전력을 비롯해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고, 5.16 쿠데타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광고 등을 신문에 게재한 최 목사의 과거 행적 및 발언이 도마에 오른 것.

최 목사가 장관급에 해당하는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물망에 오른 것은 한광옥 전 위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났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지난 30일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최 목사는 한반도평화화해협력포럼 이사장,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총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한 종교 및 시민사회 지도자로 <행복한 우리 가정>, <효의 길 사람의 길>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우리 사회에 효 문화 보급과 세대 간 통합, 가족의 가치 증진에 앞장서 왔다”며,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사회에 갈등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모두가 화합하는 국민대통합 정책을 주도해 나갈 적임자”라고 임명 사유를 밝혔다.

그러나 인사 발표가 나자마자 복수의 언론을 비롯해 네티즌들의 비판 여론이 불같이 뜨거웠다. 이들은 최 목사의 과거 여러 행적들을 이유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은 ‘국민대통합 위원장’이 아닌 ‘국민대분열 위원장’이라며, 분노했다. 그 화살은 한국교회 전체를 향해서도 겨누어 졌다.

실제로 최 목사의 과거 여러 가지 정황들은 거리에 촛불을 들고 나선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먼저 최 목사는 세월호 사건으로 온 나라가 비통에 잠겨 있는 2014년 7월 30일자 <국민일보>에 ‘돌을 던지면 맞겠습니다. 오늘의 아픔과 슬픔이 내일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란 제목의 광고문을 실어 원성을 샀다.

▲ 2014년 7월 30일자 <국민일보>에 ‘돌을 던지면 맞겠습니다. 오늘의 아픔과 슬픔이 내일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란 제목의 광고문.
당시 최 목사는 희생자 가족들의 삶이 2014년 4월 16일에 멈추어져 있으며, 나라 전체를 4월 16일에 멈추게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진상조사는 정부에 맡기고 특별법 제정은 국회에, 책임자 처벌은 사법부에 맡기자면서, 진도 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단식 농성장에서, 서명 받는 것에서도 이제 나오라고 요청했다. 덧붙여 더 이상 과거에 매여 있지 말고, 아픈 상처만 곱씹어서도 안된다고도 했다.

9월 15일에도 같은 매체에 ‘이제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나라를 위해 결단해 주어야 합니다’란 제목의 광고를 내고, 세월호 침몰로 대한민국호까지 침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제 그만 노란 리본을 내리고, 희망의 네 잎 클로버를 달자고 말했다.

최 목사의 과거 행적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욱 거슬러 올라간다.

▲ 2012년 국민일보 8월 7일자에 ‘5·16과 나’란 제목의 광고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경선 후보가 5.16 쿠데타를 ‘아버지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자, 구원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최 목사는 국민일보 8월 7일자에 ‘5·16과 나’란 제목의 광고를 통해서 4.19혁명과 5.16 쿠데타를 동일 선상에 놓고 ‘필연’이라고 주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도원에 피신해 5월 18일 하야를 선언한 장면 총리에 대해서는 “국가에 중대한 일이 벌어졌는데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지도자가 자기 한 몸을 살겠다고 숨어 버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 2013년 6월 27일 <동아일보> A34면 오피니언 면에 실린 광고문.
2013년 6월 27일에는 <동아일보> A34면 오피니언 면에 ‘생명과 피로 지킨 NLL을 괴물이라니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이었나?’란 제목의 광고를 싣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대통령 발언을 인용해 군사분계선과 북방한계선을 노 전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이 우습게 여긴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거 발언 및 행적들 때문에 국민 대통합 위원장에 오른 최 목사를 두고 원성이 드높은 셈이다. 그러나 정작 최 목사는 비난 여론에는 특별히 관여치 않는 눈치다. 오직 목사라는 사명감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대통령 가족 통합부터”

국민 대통합을 위한 최 목사의 첫 번째 임무는 ‘대통령 가족 통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 목사는 국민대통합 위원장 임명 후 가진 첫 공식 일정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제27-6차 임원회에 참석해, 그간의 과정과 소희를 짤막하게 밝혔다.

최 목사는 “30일 연락이 왔는데 평의원이 아닌 위원장이라고 했다. 그래서 내 학력이 그것을 할 학력이 되지 않는다고 고사했는데, 학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해서 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통합의 시작은 가정 통합에서 시작된다. 우선 대통령 가족부터 통합하는 일부터 했으면 좋겠다”면서, “정치가 아닌 국민 통합을 위해 일하기로 했다. 여러분들도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을 빨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결국 최 목사가 과거 행적으로 인해 불거진 불신을 국민 대통합 위원장으로써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지, 아니면 일부 네티즌들의 말대로 ‘국민 대분열 위원장’으로 남을지 앞으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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