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찬 목사

내년도에는 대한민국이 조금은 살맛이 나는 세상으로 변화될 조짐이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가장 큰 문제였던 교육과 복지, 고용 등의 예산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무려 400조원의 예산이 각 분야별로 책정됐다. 모두 만족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몇몇 부분은 환영할만하다. 우선 일명 ‘최순실 예산’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1800억 정도가 줄었다니, 다행이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욱 반가운 소식은 바로 교육, 복지, 고용분야 예산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모두 130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동안 아무리 노력을 해도 괜찮은 일자리 찾기가 힘들었는데,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과 노인, 장애인 대상 일자리 예산이 크게 늘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일자리 예산은 17조5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10%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를 1만 개 이상 늘리기 위해서 500억 원을 더 증액했다. 그리고 노인과 장애인 일자리 지원을 위해 각각 4660억 원과 814억 원을 배정했고, 어린이집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약 130억 원을 투입해 보조교사 인력 2600명을 늘리기로 했다.

더불어 저소득층과 여성 등을 위한 지원금도 늘었다는 소식이다.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최저생활보장을 위한 생계급여로 511억 원을, 기저귀, 분유지원에 100억 원을 늘렸다. 무엇보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 도심 내 다가구 매입임대 주택 공급을 1000호 늘리는데 950억 원을, 오래된 영구임대아파트 시설 개선을 위해서 25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것만 따져 봐도 정말 살맛이 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이렇게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면 더욱 살맛이 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예산 편성보다도 더욱 관철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비리가 없는 정직한 사회가 올곧이 정착되는 것이다.

엄정하게 말하면 우리나라는 클린 사회라고 말하기 무리가 따른다. 이번 최순실 사태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정경유착은 굳을 대로 굳어서 도저히 끊을 수 없으며, 학계와 문화계 까지도 보이지 않는 비리로 얼룩져 있다. 종교계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정치권에 치우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누구 하나 정의로운 말을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누구보다 청렴해야할 대통령이 문제의 원흉이 되어버렸으니, 국민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청와대까지 들리라고 목청껏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것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거리로 나서는 것이 바로 비리가 넘실되는 이 사회를 향한 마지막 외침인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발버둥 쳐도, 소위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들의 발끝도 못 따라간다는 우리네 청년들의 절규이다. 맘 편히 다리를 펼 수 없는 곳에서 추운 겨울을 버텨야 하는 이웃의 통곡이다. 편견과 차별로 온전히 설 수조차 없는 장애인들의 슬픔이다.

이런 가운데 조금이나마 거리로 나선 우리 청년들의 축 쳐진 어깨를 토닥거려줄 내년도 고용 예산이 늘었다는 데에 희망을 걸어본다. 저소득층과 여성 등을 위한 지원금이 늘고, 그들이 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조금이라도 늘린다는데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한국교회의 용단(?)에 달렸다. 더 이상 정치권에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하지 말고,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와서 나눔과 섬김의 본을 보인 것을 그대로 따라해야 한다. 정치인의 냄새를 풍기지 말고, 예수의 향기를 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

예장 한영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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