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뒷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 문 현 미 교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잘 어울리는 시인이 있다. 마흔이 훌쩍 넘도록 집과 아내와 아이가 없어 일명 三無로 살았다. 그러다가 몇 년 전 시쓰기를 배우는 여성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다. 강화도 남쪽 강화군 화도면 동막리가 그의 보금자리. 물때에 맞춰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잡기도 하고 뻘밭에서 소라, 낙지 등을 잡으며 살았다. 혼자 살다 죽으면 우편배달부가 발견하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았고 지금 형편이 좀 나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가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런 가난 속에서도 그는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시인이다. 이 시는 ‘긍정적인 밥’이라는 독특한 제목이 주의를 환기 시킨다. 한 편의 시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시 한 편이, 한 권의 시집이 홀대받는 사회 풍토를 빗대어 은근히 풍자하고 있다. 그런데 비유의 대상이 쌀 두말이거나 한 그릇의 국밥이거나 굵은 소금 한 됫박이니 얼마나 뭉클한가. 여기에 이 시의 묘미가 깃들어 있다. 시행 사이의 낯선 여백, 참신한 이미지, 시어의 함축적 비의 등이 시의 밀도를 높이거나 긴장미를 견인한다. 그러나 이 시는 그런 시적 장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한 울림을 준다. 비록 어렵고 힘든 생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가난을 미워하지 않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에 그 열쇠가 있다. 그러기에 시인의 마음은 ‘푸른 바다처럼’ 결코 상하지 않는다.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겨울의 초입이다. 폴 발레리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시구가 떠 오른다. 바깥에도 바람이 불고 마음의 길에도 바람이 분다. 뜨끈한 국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 간절하다. 좋은 시는 감동을 너머 위로가 되고 등불이 되며 진정으로 소통하게 한다.

백석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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