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뒷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지독하게 가난하게 살았고 지금 형편이 좀 나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가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그런 가난 속에서도 그는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시인이다. 이 시는 ‘긍정적인 밥’이라는 독특한 제목이 주의를 환기 시킨다. 한 편의 시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시 한 편이, 한 권의 시집이 홀대받는 사회 풍토를 빗대어 은근히 풍자하고 있다. 그런데 비유의 대상이 쌀 두말이거나 한 그릇의 국밥이거나 굵은 소금 한 됫박이니 얼마나 뭉클한가. 여기에 이 시의 묘미가 깃들어 있다. 시행 사이의 낯선 여백, 참신한 이미지, 시어의 함축적 비의 등이 시의 밀도를 높이거나 긴장미를 견인한다. 그러나 이 시는 그런 시적 장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한 울림을 준다. 비록 어렵고 힘든 생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가난을 미워하지 않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에 그 열쇠가 있다. 그러기에 시인의 마음은 ‘푸른 바다처럼’ 결코 상하지 않는다.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겨울의 초입이다. 폴 발레리의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는 시구가 떠 오른다. 바깥에도 바람이 불고 마음의 길에도 바람이 분다. 뜨끈한 국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 간절하다. 좋은 시는 감동을 너머 위로가 되고 등불이 되며 진정으로 소통하게 한다.
백석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