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신 목사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 중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하기 그지없다. 특히 최순실의 아버지인 고 최태민 목사가 과거 모 총회로부터 목사안수를 받았고 그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에 당시 한국교회의 지도자급 목회자들이 대거 그의 활동에 연루되었다는 점은 더욱 충격적이다. 어찌 보면 오늘날 벌어진 사태에 대해 한국교회는 커다란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계는 ‘쉬쉬’하기에 여념이 없다. 최태민과 같이 활동했던 목회자들 중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해 회개한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 거론되는 목회자들은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오늘 한국교회가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한 채 갈수록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성경의 가르침대로 예수님이 걸어가신 길대로 그렇게 살고 있는 목회자와 교인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교회를 향한 사회적 질타의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교회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다.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에 사로잡혔고, 끊임없이 부와 권력을 탐하고 있다. 최태민 목사와 관련된 잡음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은 일이었다. 어쩌면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시한폭탄 중 그저 하나일지 모른다.

한국교회는 끊임없이 권력을 주변을 맴돌아 왔다. 그러면서 온갖 혜택을 누려왔다. 교회가 권력에 기생하며 권력의 비호 안에서 특권을 누린 예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선교 초기 권력을 가진 선교사들에 기대어 이른바 ‘양대인 자세’를 보인 부패한 목사들이 있었는가 하면, 일본제국주의 치하에서는 일본의 침략전쟁에 협조하고 신사참배까지 하는 과오를 저지르기도 했다.

혹독한 군사 정권 시절에는 독재자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을 빌어 주기도 했고, 모 교회 장로가 대통령이 되자 권력에 기생하려는 목사들이 너도나도 정권에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정작 관련자들이 그 죄과를 고백하고 회개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하거나 오히려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과 관련해서도 고 최태민 목사와 같이 활동했던 목회자들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지만 그들 중 과오를 인정했다거나 회개한다는 소리를 들어본 바가 없다. 과거의 잘못을 그저 덮어 둔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한국교회 차원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당사자들에게도 책임을 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새롭게 태어났으면 한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섰으면 한다. 권력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모습을 이제 그만 버렸으면 한다.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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