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르만다(기독교사상연구원) 주최, ‘종교개혁 칭의론인가, 새 관점 칭의론인가?’란 주제의 학술회가 12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회는 앞서 5일 연동교회에서 개최된 김세윤 박사(풀러신학교)의 칭의론 관련 발표에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브니엘신학교와 개혁신학포럼, 리포르만다(온라인신학저널)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학술회에서는 새관점 칭의론의 역사와 뿌리, 루터의 이신칭의를 둘러싼 논쟁, 루터의 주장이 틀렸는지 새관점 칭의론이 잘못인지, 김세윤 박사의 칭의론과 로마가톨릭교회의 칭의론이 다르지 않음의 근거 등을 다루고, 한국교회의 윤리 빈곤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이를 위해 천광진 목사(리포르만다 연구위원)가 ‘새 관점 학파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칼빈의 칭의론’, 김철홍 교수(장신대)가 ‘루터의 칭의론을 둘러싼 논쟁: 루터가 실수한 것인가, 새 관점이 실수한 것인가?’, 최덕성 교수(브니엘신학교 총장)가 ‘트렌트공의회 칭의론과 칼빈의 해독문(解毒文): 김세윤의 칭의론과 관련하여’ 등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고, 라은성 교수(총신대)가 ‘새 관점, 김세윤, 그리고 로마가톨릭 칭의론’을 제목으로 총평했다.

먼저 천광진 목사는 김세윤 박사의 주장들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종교개혁 이후의 일련의 학자들의 바울신학의 핵심들을 요약했다. 그리고 그들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새관점 학파의 주요 인물들의 사상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김세윤 박사가 비판하는 개혁주의 칭의론이 결코 윤리부재의 현실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풍성한 윤리적 삶을 살도록 유도하는 신학임을 칼빈의 칭의론을 살펴봄으로서 증명했다.

천 목사는 김세윤 박사의 주장과 관련, 새관점 학파와의 대화를 통해서 얻은 통찰력으로 한국교회의 윤리부재 문제를 종교 개혁적 신학의 칭의론에 기인한다고 확대해석해 통합적 칭의론으로 한국교회의 개혁을 모색했기에 완전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천 목사는 “한국교회 위상이 추락한 상태의 원인은 종교개혁신학자들의 신학이 잘못되어서 기인된 문제들이 아니다”면서, “오히려 한국기독신자들이 종교개혁신학자들의 신학사상과 정신으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나님 앞에 살아가라고 부르짖었던 종교개혁자들의 신학과 신앙정신을 망각하고 극도로 발전한 세속문화에 편성되어 인간중심적 삶을 산 결과”라면서, “삶의 현장에서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경을 외치면서 하나님 중심사상을 삶으로 구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철홍 교수는 미시적 분석과 거시적 분석을 통해 루터의 바울이해가 새관점의 바울이해보다 더 원래의 바울의 칭의론에 근접해 있음을 살폈다. 그러면서 현재 목회 현장의 윤리적 상황이 악화되어 있으므로 전통적 이신칭의의 복음 대신 행위를 강조하는 복음을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목회의 현장의 상황에 따라 성경의 본문의 해석을 바꿀 수 있고, 그 선택권이 목회자와 신학자에게 있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성경의 본문이 A를 말하면 아무리 상황이 B라 하더라도 여전히 A를 말해야 하는 것이 목회자와 신학자의 임무”라고 말했다.

아울러 “행위심판론이 성도가 악행을 끊고 선행을 하게끔 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라는 것은 사실”이라며, “행위를 구원의 주건으로 하면 성도들의 삶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문제는 그렇게 하면 복음이 손산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우리는 그렇게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차라리 이신칭의와 은혜 복음을 견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성도들을 악행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선행을 하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그것이 칼빈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를 강조한 이유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덕성 교수는 종교개혁의 이신칭의 교리를 거부하고 가톨릭 교리를 확정한 트렌트공의회와 이를 반박한 칼빈의 해독문을 통해, 새 관점학파의 칭의론을 살폈다.

최 교수는 트렌트공의회는 프로테스탄트 신도들이 신앙하는 이신칭의 교리를 거부하면서 인간이 의롭게 되는 것은 부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부분적으로 인간자신의 행위에 달렸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종교개혁 운동 당시에 칭의론은 그 위에서 교회가 서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는 조항이라고 이해됐음을 설명했다. 덧붙여 프로테스탄트 그룹과 로마가톨릭교회를 첨예하게 가르는 대척점이며 양자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하고 선명한 조항이라고 피력했다.

최 교수는 또 칼빈이 <트렌트공의회 칭의교령에 대한 해독문>을 저술해 이신칭의 중심의 프로테스탄트 칭의론이 성경적이고 합리적임을 설파했음을 주장했다.

특히 최교수는 칼빈이 트렌트공의회 칭의교령에 참을 수 없는 세 가지 오류가 있다고 밝힌 것을 소개했다.
칼빈은 첫 번째 오류에 대해 “그리스도의 피로 깨끗케 되기 전까지 부정하지 않고 더렵혀지지 않은 사람이 없음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인간행위의 무가치함을 인정하고 그리스도로부터 그 가치를 빌릴 때 비로소 하나님이 부성애적인 사면으로 우리의 사악한 모든 행위를 용서하는 진리를 고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는 “구원과 칭의에 대한 인간 공로의 무가치함을 말하지 않는다”며, “인간 안에 있는 아무리 선한 것, 고상한 윤리실천, 인간성숙도 하나님의 구언의 눈높이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공로가 영원한 죽음 신분에 대한 죄책을 만회할 수 없음을 말하지 않고 오직 믿음으로 의롭다고 칭함을 받는 진리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셋째로는 “심판 날까지 우리가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믿음의 토대를 허물고, 유일한 중보자에 대한 신앙 자체를 헛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김세윤 교수는 칭의가 종말론적으로 유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칭의와 성화를 한 묶음으로 여기고 구원의 탈락 가능성과 윤리적 실천을 통한 칭의의 완성을 주창한다”면서, “김 교수의 주장은 현대 로마가톨릭교회의 교리로 공식 수납되고 있는 트렌트공의회 칭의론을 고스란히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완전한 분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은사와 부름에는 후회함이 없다”며, “구원의 탈락 가능성, 칭의의 상실 가능성, 칭의의 윤리적 완성 등은 하나님을 거짓말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하나님의 칭의가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선언적이지 않다는 주장은 하나님이 전능한 분이 아니며 불완전한 존재라는 결론에 이른다”면서, “구원과 칭의의 공로 일부를 인간에 돌리고, 윤리 결핍의 원인과 해결책을 칭의론에서 찾는 것은 하나님의 전능성에 대한 도전이며 신성모독”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끝으로 “성경을 윤리실천의 결여라는 콘텍스트의 눈으로 해석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발상”이라며, “어린아이를 목욕시킨 물을 버리려고 하다가 아이까지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