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순 임 목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온 국민이 탄식에 잠겼던 2016년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가슴 아프고, 속이 쓰렸던 기억은 모두 잊어버리고, 모든 일이 뜻대로 이뤄지는 희망찬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솔직히 작금의 세상은 온갖 타락한 것들로 인해 어둠으로 물들었다. 오죽하면 희망이 없다는 흉흉한 말들도 나돌고 있다. 잠자코 들어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사건 사고가 꼬리를 물고, 본이 되어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해를 입히고 있다. 경기는 장기적인 침체로 먹고 살기가 힘들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말 그대로 사회 전반에 캄캄한 어둠이 짙게 내리 앉은 듯하다.

그래도 여기서 마냥 주저앉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칠흑처럼 어두운 이곳을 밝은 빛으로 환하게 비춰야 한다. 지난해 어둠에 빠진 대한민국을 환하게 밝힌 것이 국민들의 촛불이었다면, 올해에는 한국교회가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밝히는 촛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촛불이 스스로를 녹여 빛을 비추듯이 하나님의 향기가 곳곳에 스며들도록 믿음의 사람들이 앞장서서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기를 원한다. 더 이상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지 않도록, 교회가 그들의 아픈 곳을 감싸주고, 가려운 곳은 긁어주고, 닫힌 마음을 보듬어 주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맘몬과 바벨을 위해 노래하지 말고, 이 땅의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소외된 이웃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그들의 어둡고 지친 표정을 밝고 환하게 만들도록 교회가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2017년에는 특히 이 땅에 생명의 노래 소리가 멀리 멀리 퍼지길 소망한다. 가난과 질병, 전쟁과 기아, 테러 등으로 더 이상 소중한 하나님의 생명들이 고통당하는 일이 없기를 기도한다. 지구촌 곳곳에 하나님의 은총이 흘러넘쳐 서로 총칼을 겨누는 일이 없고, 모두가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서로 포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다고, 연약하다고, 가진 것이 없다고, 병들었다고, 장애가 있다고, 피부색이 다르다고, 언어가 다르다고, 성별이 다르다고 상처받거나, 고통당하는 일이 없도록 오직 생명의 생동감으로 요동치는 하나님의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리고 그 선봉에 한국교회가 있기를 요청한다.

더욱이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로, 한국교회가 회개와 각성을 통한 개혁과 갱신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 재물과 권력을 탐했던 잘못과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나 몰라라’했던 잘못,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주님의 말씀을 소홀히 했던 잘못,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기에 혈안이 되어있던 잘못, 예수를 잿빛 콘크리트에 가두어 버린 잘못 등등 모든 과오를 인정하고, 철저한 회개를 통해 하나님이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최근 개신교의 숫자가 타 종교에 비해 증가했다는 뉴스를 연일 접하고 있다. 불과 몇 해 전에는 개신교인 숫자가 줄었다고 대서특필하더니, 이제는 다시 늘었다고 손뼉 치며, 좋아하고 있다. 이것이 일희일비할 일인가. 단순히 숫자로만 따지면 “언제든지 교회를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전체 교인 중 3분의 1이 된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래도 마냥 좋다고 박수를 칠 일인지는 되묻고 싶다.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가 과연 교회다운 교회인가를 반문해야 한다. 그것이 작금의 한국교회에 가장 절실한 요구이자, 스스로 해결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정유년 새해에는 한국교회가 더 이상 중세교회의 전철을 밟지 말고, 오직 하나님만을 믿고 따르는 모습으로 거듭나,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은 한국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예장 열린총회 초대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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