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날들은
검은 손길에 끌려가다
지친 걸음을 멈추고
서녘 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노을이 되어
붉은 눈물을 훔치며 사라졌습니다

천지가 검은 천막 안에서 잠든 시간
어두움이 서로 부딪쳐 깨어지는 소란으로
달빛 별빛은 잠을 못 들고
새들도 놀라 깨어나
큰 눈으로 어둔 밤을 지샜습니다
이제 날들을 묶은 바다 끝
동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한 해의 하루가 시작하는 일은
시간을 잡고 있는 분이 베푸신 기적이라고
어둠의 끈을 끊어버리며 외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햇살은 모든 어둠을 삼키고
날마다 천지가 새롭게 태어난다고
솟아나며 부셔버린 수평선이
파도소리로 밀려와
온 몸으로 소리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시작 여담>
산다는 것은 시간을 잡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시간은 구원을 이루고 베풀며 확인하는 방법이다. 단 한 번의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새해 첫날의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기 위해 목을 빼고 기다린다. 새해에는 날마다 구원의 날이 되면 좋겠다.

▲ 정 재 영 장로
◈ 약력
-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 일본 오사카치과대학 치학박사
-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 중앙대 에술대학원
- 기독시인협회 기획위원
- 정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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