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다윗이 통일 왕국의 왕으로 위임받을 때, 각 지파의 장로들로부터 세 가지 요구조건을 제시 받는다(삼하 5:1-5). 첫째, 다윗과 겨뤘던 다른 지파의 백성들을 원수가 아닌 형제로 대해줄 것("보소서 우리는 왕의 골육이니이다"). 둘째, 각 지파 간에 허물없이 소통하게 해줄 것("전에 사울이 우리의 왕이 되었을 때에도 이스라엘을 거느려 출입하게 한 자는 왕이시었고"). 셋째, 하나님께서 다윗 당신을 우리의 왕이요 목자로 세우셨음을 받아들일 것("여호와께서 다윗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되며 주권자가 되리라 하셨나이다") 등이다. 장로들의 제안을 받은 다윗은 흔쾌히 수락한다. 이렇게 하여 각 지파의 장로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붓고 왕으로 세우게 된다.

백성들이 요구한 세 가지 언약은 다윗에게 부여된 왕권은 절대군주로서의 왕권이 아닌 백성의 뜻을 받들어 섬기는 사람이라는 것, 자신의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것,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인 사람이라는 것을 각인시킨 것이다. 그리하여 다윗은 줄곧 이스라엘 백성들의 뇌리 속에서 하나님께로부터 기름 부음 받은 왕으로, 백성을 돌보는 목자로, 장차 도래할 메시아로서의 이미지를 지니게 된다.

이런 메시야 사상에서 소경을 눈뜨게 하신 예수를 보게 된다. 예수께서는 단순히 앞 못 보는 소경의 눈을 뜨게 한 개안시술자가 아니다. 예수께서는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즉 어둠의 포로가 된 사람을 해방시키신 분이다. 동시에 당신 스스로가 빛이신 분이다. 누구든지 빛이신 예수를 영접하면 육신의 눈과는 관계없이 빛으로 나아오는 것이다. 물론 순탄한 길이 아니다. 빛이신 주님이 계신 곳에는 항상 어둠의 대립이 일어난다. 어둠은 빛에 의해 자신의 권세를 결코 빼앗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빛의 자녀들이다. 하늘 생명을 지니고 사는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더 이상 어둠 속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빛의 자녀답게 선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 불의에 굴복하거나 복종하거나 예속되어서는 안 된다. 체념하거나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 내가 누구인가를 자각하는 것이야말로 나 됨을 결정하는 사건이다. 내 속에 하나님의 영이 깃들어 있는데도 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세상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적인 격동의 시대에 이 땅의 그리스도인과 교회들도 새해가 시작되었다. 잠자는 영은 깨어 일어나야 한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전횡을 일삼지 못하도록 무관심의 잠에 빠져 있는 자신을 흔들어 깨워야 한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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