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곤 목사

최순실 국정농락 사건으로 시국이 어지러운 가운데 맞이하는 새해는 여느 해보다 우울하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일개 개인이 대통령이라는 절대 권력의 뒤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헌정 사상 유래 없는 참사에 마음이 무겁다. 이 지경이 오기까지 기독교인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부끄러울 뿐이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한국교회는 사회로부터 참 많이도 욕을 먹었다. 각종 비리와 성추문 등에 연루돼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린 것이 교회와 목회자의 실상이었다. 이런 교회의 상황에서 정의롭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데 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교회만이 희망이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다만 그 전제 조건이 한국교회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오늘날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교회가 교회답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건 어느 상황이건 국민들의 희망과 소망이 되고 눈물을 닦아 주던 위로자의 역할을 상실한 결과이다. 교회가 세상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현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이다.

세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는 아니 세상보다 더한 추한 민낯으로는 결코 세상을 걱정하고 변화시킬 수 없다. 희망이 될 수도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다.

2017년 정유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는 우리 모두가 냉철하게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입으로는 예수 그리스도를 외치면서 정작 나 자신은 바리새인들과 다를 바 없이 욕망과 이기심에만 사로잡혀 있지는 않았는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강도가 되어 이웃의 것을 탐하지는 않았는가. 모두가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회개했으면 한다.

교회가 세상의 희망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은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오늘날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교회가 교회다움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70-80년대 한국교회가 폭발적으로 부흥되던 시기를 떠올려 보라. 당시 먹을 것이 넉넉지 않고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으나 교회라는 곳을 떠올리면 위로와 나눔, 사랑이 넘치는 공동체로 인식되었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부정하고 불의한 모습에 항거하고, 마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서 소통하는 장이 바로 교회였다. 풍족하고 넘치지는 않았어도 사랑과 은혜가 넘치고 선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이 교회였다. 교회가 폭발적으로 부흥한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교회라는 곳이 사랑과 소망, 위로를 전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를 보면 사랑, 나눔, 섬김, 소망, 겸손, 정직 등등의 가치가 희석되고 있는 것 같다. 교회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이들로부터 칭찬을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가치들이 다시금 교회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여야 한다.

새해 벽두,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교회가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교회는 높은 십자가탑을 올리고 커다란 건물을 짓고 세를 과시하고 거만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나 자신도 이런 세태에 편승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새해에는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낮은 자세로 겸손함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한국교회가 신뢰를 회복했으면 한다. 세상 사람들이 교회를, 성도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불신, 이는 바로 정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겉과 속이 다르고 입만 열면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로 기독교인들이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신뢰회복의 첫 단추는 정직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성도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예장 합동총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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