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올해 한국교회는 모든 역량을 ‘개혁’과 ‘갱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사회와 국민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의미가 깊다. 한국교회는 최근 들어 갈수록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며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각에서는 ‘종교 개혁 당시의 부패한 교회와 과연 무엇이 다르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지금의 한국교회를 되돌아보고 자성과 회개를 통해 나눔과 섬김, 사랑의 공동체로서의 본질을 다시금 회복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올해는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정치권은 물론이고 온 국민들이 변화와 개혁을 외치고 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수백만 명의 국민들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불의와 불법을 떨치고 정의로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교회의 사명과 역할은 더욱 명확해진다. 국민들은 한국교회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길을 제시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 같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 한국교회가 사회와 시대의 양심으로서 부패와 불의를 뿌리 뽑고 정의롭고 정직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디딤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담한 한국교회 현실
루터의 종교개혁으로부터 500주년을 맞은 지금 한국교회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 마디로 참담하기 그지없다. 루터가 오늘 한국교회를 본다면 실망을 넘어 분노했을 것이다. 폴커 티테만 재한독일교회 목사는 지난해 드려진 ‘제499주년 종교개혁 기념 한독연합예배’에서 “만약 마르틴 루터가 오늘날의 교회를 관찰한다면 아마도 이렇게 소리칠 것이다. 여러분 중에 왜 그렇게 다툼이 많은가? 서로 화목하고 양보하고 나누는 것을 배우시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 이것은 여러분이 즉시 할 수 있다. 새로운 종교개혁 없이도 여러분이 꾸밈없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티테만 목사의 지적처럼 한국교회는 분열과 갈등에 휩싸여 신음하고 있다. 장로교단만 하더라도 300여 개 이상의 교단으로 갈라져 있고, 각 연합기구, 총회, 노회는 물론이고 수많은 개교회들이 내홍에 휩싸여 있다. 이 같이 그리스도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두고 다투는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교회라고 해서 다툼과 이견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교리가 다르다거나 하는 문제로 다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가 ‘권력’ ‘명예’ ‘돈’ 등과 관련된 다툼이라는데 있다. 한국교회 안에 하나님과 예수님은 없고 그 자리를 명예욕과 권력욕, 돈이 차지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교회 내부에서는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독교와 교회의 이미지는 갈수록 실추되고 있다. 사회적인 비판의 수위도 이미 도를 넘은 지 오래다. ‘기독교’를 ‘개독교’, ‘목사’를 ‘먹사’로 부르며 손가락질하고 조롱하고 있다.

과거 정의와 생명, 사랑과 평화, 구제와 나눔의 종교로 대변되며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교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안타깝고 부끄러울 뿐이다.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을 보듬어 안으며 사회적 부조리와 부당함에 저항하고, 절망 속에서 신음하던 사람들에게 희망과 소망을 심어 주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처지가 됐다.

그 대신 부패와 비리, 돈과 물질만능주의, 배타주의와 이기주의, 소모적인 갈등과 다툼에 혈안이 된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있다. 한국교회 대다수의 목회자와 교인들은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더 이상 한국교회에 희망이 없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은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교계 전반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이야말로 한국교회가 새롭게 개혁하고 갱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부르짖고 있다. 교회의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는 한국교회가 다시금 부활과 생명의 종교로 거듭나기를 모두가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한국교회가 개혁되고 변화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뼈를 깎는 회개와 구체적인 실천이 없다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루터의 종교개혁을 다시 상기하면서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고 변화시켜나가는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말뿐인 종교개혁 500주년 ‘STOP’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교계에서는 수년 전부터 우후죽순처럼 여러 단체에서 추진하는 행사들이 봇물을 이루었다. 50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타이틀에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것은 물론 고무적이고 당연한 일이겠지만, 정작 알맹이 없는 이벤트성 행사들이 난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00주년을 호기 삼아 그저 이벤트성으로 열리는 몇몇 행사들은 ‘행사’ 자체의 의미는 있을지언정, 종교개혁 500주년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기독교인들의 자성과 회개, 개혁과 갱신을 환기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은 단순히 ‘500’이라는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다. 500년 전 마르틴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것은 바로 부패한 당시 가톨릭에 대한 개혁과 갱신의 외침이었다. 이 같은 정신을 다시 되새기고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진정한 500주년의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말뿐으로는 개혁과 갱신을 이룰 수 없다. 모두가 뼈를 깎는 회개와 반성,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을 동반할 때 비로소 개혁과 갱신이 이뤄질 수 있다.

△이기적인 모습을 버려라
종교개혁의 핵심은 성경에 근거하여 중세 로마 가톨릭교회가 왜곡시켰던 구원의 진리를 비롯해 잘못된 신앙(구원)의 가르침을 바로 잡고, 올바른 신앙적 삶이 이루어지도록 교회개혁을 단행한 데 있다.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그대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늘 한국교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당시와 닮아 있다. 한국교회는 날로 사회적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고 복음전파의 경쟁력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한국교회의 위상 추락의 한복판에는 바로 한국교회의 부패와 이로 인한 사회적인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교회를 둘러싼 각종 비리와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사회적인 불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많은 교회가 갈등에 휩싸여 있고, 교단과 연합기관도 분열에 신음하고 있다. 기독교의 핵심인 사랑과 용서, 화합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각종 재정비리와 성추문, 폭력사건, 심지어는 살인사건에까지 목회자와 교인들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민들은 교회와 더 이상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더 투명하고 깨끗하며 정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부패하고 이기적이며 부정직한 집단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불신을 씻어내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는 종교로 자리매김할 수 없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날로 이기적인 종교가 되어가고 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잘못된 가치관이 팽배해가고 있다. 교단 및 교계 연합기관의 수장을 선출하는 투표현장을 보면 그야말로 가관이다. 뒷돈이 오가는 것은 물론 상대 후보를 음해하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자리를 차지하려고 혈안이다.
오가는 액수 또한 장난이 아니다.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십억의 돈이 오간다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다. 이는 정직과 청렴, 사랑과 섬김의 모습을 보여야 할 교회와 기독교인의 모습에서는 한참이나 벗어난 것이다. 그런데도 이 같은 행태는 매번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권력욕과 명예욕, 물질만능주의에 길들여진 한국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2017년을 개혁과 갱신 원년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교회는 모두가 하나 되어 오늘의 잘못을 반성하고 회개하며, 진정한 기독교와 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몸부림쳐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부패와 타락이 극에 달했는데도 불구하고 교회 내 회개와 자성의 목소리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추잡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이에 대한 반성보다는 어설프고 이치에 맞지 않는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오히려 성을 내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방귀 뀐 놈이 성 내는 격이다.

이러한 태도로는 결코 한국교회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교회에는 회개와 자성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자신이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고,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잡는 자세가 시급하다. 이 일이 선행된 후에는 뼈를 깎는 실천이 요구된다. 영성을 회복하고 도덕성을 회복하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제를 몸소 실천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올 한해 한국교회는 모든 역량을 ‘개혁’과 ‘갱신’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지러운 시국 속에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교회가 한국사회와 국민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며 이들과 함께 울고 위로를 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독선과 오만, 욕망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사랑의 공동체로 다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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