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신 목사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교계 연합사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그 동안 한국교회 내에서는 교회 일치와 연합을 위한 연합기구들이 존재해왔다. 교계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를 비롯,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기총에서 파생된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연합기구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대로 연합과 일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평가된다.

한교총 출범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교회협, 한기총, 한교연에 이은 제4의 연합단체에 불과하다는 지적부터 친목단체에 불과한 교단장회의가 ‘헤쳐모여식’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진보와 보수로 양분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모습을 보여 왔다. 교회협과 구한기총(한교연으로 분리되기 전)은 과거 교단장협의회(현 교단장회의)를 통해 연합을 도모했지만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당시 양 기구를 하나로 만드는 중재역할을 했던 교단장협의회는 양 기구의 통합이 실패로 돌아간 후 유야무야 해체되다시피 했다. 그러던 교단장협의회가 교단장회의로 이름을 바꾸고 복원해 또 다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한국교회의 연합기구를 주창하고 나선 셈이다.

현 한국교회 상황에서는 진보와 보수의 연합보다는 한기총과 한교연으로 분열된 교계 보수 진영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교단장회의가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명분으로 산파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결과적으로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사실상 무산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런 상황에서 7개 교단(예장 통합, 합동, 대신, 기감, 기하성, 기성, 기침)을 중심으로 돌연 한교총(가칭)이라는 새로운 연합기구의 깃발을 세우고 나선 것은 누가 보더라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가 하나 되는 것처럼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한교총 출범은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바늘허리에 실 매듯이 서두르고만 있는 모양새다. 진정 한국교회의 진보와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단체를 만들려고 한다면, 우선은 당초 명분으로 내세운 것처럼 이원화된 교계 보수 진영, 즉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 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는 급하게 서두르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대교단이라는 힘의 논리로 억눌러서 될 일이 아니다.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고 차근차근 합의를 도출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그런 연후에 교계 진보 진영과의 하나 됨을 비로소 도모하는 것이 이치에 합당하다.

또 하나 명심할 것이 있다. 이른바 힘의 논리다. 대교단이라고 해서 연합단체에 많은 회비를 납부한다고 연합기구를 좌지우지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 ‘연합’이라는 명분은 빛을 잃는다.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대신 그 자리에 분열과 갈등의 독버섯이 자리 잡고 만다.

한국교회의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연합기구를 만드는 것은 모든 기독교인들의 소망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이미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한교총이 교계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연합기구로 우뚝 선다면 그처럼 감격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처럼 힘의 논리로 성급하게 밀어부친다면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을 불러올 뿐이다.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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