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영 목사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떠난 지 3개월째를 맞아 시내산 아래 개활지에 천막을 쳤을 때이다. 백성들로서는 당장 마실 물과 먹을 양식이 시급했는데 모세의 생각은 달랐다. 모세는 빵 문제가 아닌 하나님과의 관계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제사장의 나라’에 대한 비전은 이때 드러난 것이다(출 19:5-6). 제사장의 나라가 무엇이겠는가? 세계 열방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감당하겠다는 장차 이스라엘 공동체의 비전이다. 이런 비전이 노예 생활을 갓 벗어난 이들을 상대로 나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모세의 지도력이 탁월했던 것이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가치관이 천박하고 세계 인식이 좁아지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사람들은 매사를 깊이 있게 사고하지 않는다. 말은 가벼워지고 행동은 거칠어진다. 이성과 합리보다는 억지와 술수가 난무한다. 오늘의 세계는 ‘상투어와 편견이 난무하는 쇼와 흥행의 세계’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사람들은 신분을 불문하고 주목받고 싶어 한다. 자기를 치장하는데 열심이다. 너도 나도 없이 유명해지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시시하고, 상스럽고, 저속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사람들이 돈도 벌고 득세한다. ‘흥행사회’에서는 효과가 중요할 뿐 과정이나 결과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거짓을 일삼으면서도 양심의 소리가 없다. 지식인 행세를 하는 이들이 표절을 일삼는다. 공직자로서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도 뻔뻔하다.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세계 인식이 깊어지고 넓어져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가치관도 달라져야 한다. 사도 바울은 우리에게 세상의 초등학문 수준의 생각과 의식을 버리라고 했다(골 2:20). 부활을 사는 이들은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지녀야 한다. 말에는 뜻이 담기고, 행동에는 생명을 살려내는 기운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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