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장 합동 김선규 총회장이 한교총 출범 감사예배에서 설교를 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아울러 한국교회 하나됨을 명분으로 가칭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가 출범됐지만, 실상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에 이은 제4의 연합단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부는 “빅 텐트를 쳐서 한기총과 한교연, NCCK를 하나로 아우르겠다”는 억지 의미를 내세워 한국교회 제1의 연합체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는 한교총이 각 교단 총회장들의 친목단체였던 ‘교단장회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지적들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한교총이 하나됨이란 대명제로 출범했지만, 오히려 분열을 자초하고 있는 모순에 있다. 특히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들겠다고 수차례 공언했지만, 정작 한기총과 한교연, NCCK까지 그 어느 연합기관도 하나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교연 바수위에선 한기총 소속 회원 교단까지 이단조사를 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날이 서 있는 상태다.

비단 연합기관의 하나되지 못함뿐 아니라, 한교총 의도와는 달리 각 교단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한교총은 출범식 때 7개 주요 교단을 비롯해 모두 15개 교단이 회원으로 가입했음을 당당히 밝혔지만, 몇몇 교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교단에서 정식으로 허락을 받지 않았다.

심지어 한교총 공동대표 자격이 되는 예장 통합과 합동을 비롯해, 대신, 고신, 합신 등 주요 교단들마저 총회의 직접적인 결의를 거친 곳은 전무한 상태다. 결국 오는 9월 장로교 총회 때까지 지켜봐야 실질적으로 한교총에 대한 각 교단의 입장이 정리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인 입장에서 뜻을 내비치는 수순이면 몰라도, 마치 교단의 입장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물의가 따른다. 그런데도 일부 총회장들의 독단적 행동은 논란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교총 출범에 산파(?)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예장 합동 총회장 김선규 목사의 행보에 교단 내부적인 반발이 크다.

여기에는 교단 결의 없이 김 총회장이 개인적 행동을 벌이고 있다는 단순 지적이 아니라, WCC라는 민감한 사안이 결부되어 있다. 예장 합동총회는 누구보다 WCC 반대를 위해 목청을 높여왔다. 합동총회의 태동을 보면 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실 WCC로 인해 한국교회는 지금의 예장 통합과 합동이라는 양대 산맥으로 나뉘어 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제44회 총회가 열린 1959년 복음주의신앙협회를 지지하는 측과 WCC를 지지하는 측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결국에는 WCC지지는 연동교회에서 통합총회로, 복음주의신앙협회를 지지하는 측은 승동교회에서 합동총회로 출발을 알렸다. 그러면서 합동총회는 WCC에 대해 영구 탈퇴 및 영구 참여금지를 결의했고, WCC와 관련한 그 어떤 세력과도 교류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런 가운데 2013년 WCC부산총회 개최 소식은 합동총회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합동측은 WCC반대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공산주의, 동성애,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는 그들만의 축제를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이들은 △성경이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을 부정한다 △종교다원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예수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원의 중보자로 여기지 않는다 △변질된 성령론을 주장한다 △성경적 교회관을 벗어나 종교들의 일치를 추구한다 △WCC는 교회 본연의 사명인 복음 선포와 선교를 등한시 했다 △WCC는 동성애를 묵인하고 있다 등의 내용이 담긴 WCC 반대 결의문까지 발표하며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특히 WCC부산총회의 중심세력이었던 예장 통합과 기감 등을 쏘아붙이며, 언성을 높였다. 이는 곧 WCC를 종교다원주의, 유일신 부정 등의 이유로 기독교 이단으로 규정하고, WCC를 지지하거나 인정하는 인사들과는 결코 함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합동측은 WCC를 지지하는 교단과 교류는 자제해 왔다. 더욱이 한기총을 탈퇴했기에 대 연합사업에도 합동측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WCC를 지지하는 교단과 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교단의 결의가 뒤따라야 가능하기에 WCC를 지지하는 교단과 합동측의 관계는 개선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2017년 1월 현 총회장인 김 목사가 불문율을 깬 것이다. 교단에서 어떠한 결의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교단의 총회장임을 내세워 WCC를 지지하는 교단들과 연합 사업에 당당히(?) 나선 것은 겸손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개인의 의사를 교단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호도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교단의 결의도 무시한 처사는 곧 교단 내부적으로 비난의 파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부 증경 임원들은 김 총회장의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조만간 직접 제재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설령 직접적인 제재를 하지 않더라도 한교총이라는 연합체에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굳이 교단의 정서를 위반하면서까지 김 총회장이 나섰어야 했느냐가 공통된 목소리다.

결국 김 총회장은 한교총의 주축 멤버로 나서고 있지만, 언제 상황이 뒤바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이미 한교총 출범과 맞물려 5년 간 합동측이 공동대표로 되어있어 지켜봐야할 문제이기는 하지만, 9월 교단의 정기총회에서 한교총 가입 여부마저도 불투명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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