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회(이하 한교총)가 출범했다. 분열과 갈등으로 점철되어온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대형교단으로 지칭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을 비롯한 합동, 대신-백석,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한국침례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등 7개 교단이 주류를 자처하고 나서 연합정신이 실종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분명한 것은 중소작은교단이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통합’이라는 명분을 핑계로, 또다시 분열의 아이콘이 될 연합기구를 탄생시켰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들이 입으로 내뱉는 통합과는 별개로 제4연합기구의 출범을 알린 것이다.

여기에는 7개 교단이 자칭 주류 교단으로서 한국교회를 마음대로 주무르겠다는 의지가 짙게 깔려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어느 해 보다도 은혜로워야할 한국교회의 2017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개신교의 참담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마디로 교단장회의가 친목단체를 넘어 정치세력화를 획책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거세다.

사실 이번 통합을 구실로 전면에 나선 교단장회의는 친목단체의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친목이라는 의미보다는 정치적인 집단으로 변질됐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분열되고 나서 이 두 단체의 통합을 빌미로 잊을만하면 교계에 이름을 알렸던 단체가 바로 교단장회의였다. 물론 각 교단 총회장의 임기가 1년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이들의 야욕(?)은 번번이 좌절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갖은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7개 교단의 대표자들이 잦은 모임을 가지면서 숨겨놓은 마각을 그대로 드러내고, 급기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교단장회의는 명칭부터 한국교회의 연합을 추진한다는 의미를 내포한 ‘한국교회연합추진위원회’를 정했다. 이렇게 탄생한 한교추는 그동안 명칭처럼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라는 명분을 내세워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태생은 숨기지 못했다. 통합 추진의 중심에 당사자인 한기총과 한교연은 온데간데없이 교단장회의 주도의 모양새로 변질됐다. 그러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한교연을 마치 통합을 반대하는 측으로 구분 짓고, 어떻게든 설득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다만 한기총은 입장이 조금 달랐다. 이미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에게 전권을 위임해서일까, 한기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와 7개 교단 중 일부는 한국교회의 연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반쪽짜리 통합을 밀어붙였다. 그들이 말한 한기총과 한교연을 통합시키겠다는 명분은 어디로 사라지고, 오로지 7개 교단의 입맛에 맞는 명분 없는 통합논의만을 지속해 왔다.

문제는 한교총이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 된 기구로 탄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단장회의 중심의 교단과 한기총이나 한교연에 가입된 교단들 중 일부가 가세하는 별도의 연합기구가 된 것이다. 이것은 분명 한국교회의 또 하나의 분열이며, 정치적 집단이 연합이라는 구실을 내세워 그들의 야욕을 채우기 위한 단체일 뿐이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주류를 자처하며, 분열의 중심에 있는 7개 교단의 횡포라고 외치고 있다. 한마디로 7개 교단이 주류로서 양 단체와는 별도의 연합단체를 만들었다는 결론이다.

9일 출범한 한교총은 주류를 자처하는 7개 교단이 중심에 서 있다. 나머지 중소작은교단은 알아서들 하라는 협박성이 강하게 배어있다. 자칫 중소작은교단은 한국교회 안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그들의 정당한 사역조차도 방해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또 하나의 분열이며, 한국교회로서는 참담한 현실이다.

비단 작은교단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는 또다른 정치적 다툼마저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WCC를 반대해 온 합동측이 감리교를 비롯한 통합측과 한배를 탈 수 있느냐(?)는 반대 입장을 내기 시작했다. 또 교회협에 가입한 감리교 내부에서도, 찬반논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교총 출범과 함께 한기총과의 통합을 위한 포석을 깔아 놓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화합이 또 다른 분열을 야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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