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동성애에 맞서기 위해서 반드시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야 한다. 다가올 대선에서도 기독교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국교회 교단 중 가장 큰 예장합동 총회장 김선규 목사가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출범 예배 설교에서 역설한 대목이다. 한교총 측은 보수 기독교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지 특정 정당이나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누가 봐도 한교총이 왜 필요한지를 집약적으로 표현한 말로 들린다.

한교총에 참여한 교단장들은 한결같이 한기총 한교연으로 갈라진 현 연합운동 구도를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올해야말로 한국교회가 하나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해 왔다. 한기총 한교연의 분열로 보수기독교계가 이슬람 동성애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앞으로 있을 대선에서 한국교회가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한국교회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교단장들은 친목단체 성격의 교단장회의를 통해 오랫동안 자신들이 주역이 되는 연합기구의 탄생을 고대해 왔다. 한기총 한교연 등 기존 단체에 적지 않은 분담금을 내면서도 막상 대교단 총회장들에게 틈을 보이지 않는 기존 단체를 구태 또는 기득권이란 단어로 싸잡아 공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대형 교단 총회장들이 합세해 한국교회를 위해 무언가 의욕적으로 해보겠다는데 막을 사람은 없다. 그래서 또 다른 분열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교단장회의의 연장선상에 있는 새로운 기구를 만드는데 그토록 열심을 내고, 새 기구가 자랑스런 과거 한기총 7.7정관에 기초한다면서도 정작 7.7정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표회장 순번제만은 자신들의 자리 확보를 위해 과감하게 쏙 뺏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대형 교단의 지분을 확실히 인정한 합동, 통합, 기감 3교단 총회장이 5년 공동대표를 맡는 방안은 4년 전임감독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감이나 몇 년째 총회장이 안 바뀌는 특정 교단에는 분명 뿌리치기 힘든 매력임에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동안 보수 기독교 연합사업에 한번도 참여한 적 없는 기감이 가장 먼저 가입을 결의한 것만 봐도 그 속내를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교단 안의 문제를 챙기기도 빠듯한 현직 총회장들이 교단 밖에서 연합사업까지 좌지우지하겠다는 것 자체가 섣부른 과욕이라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한국교회 95% 운운하며 대표성과 동시에 스스로 우월감을 숨기지 않는 일부 교단장들의 의식 구조를 보면 교회 일치와 연합의 순수성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한 술 더 떠 특정 언론은 이른바 ‘장감성순침’이라는 신조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써대며 “진보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130년 한국교회사의 쾌거”라는 표현을 낯 뜨겁게 남발하고 있으니 이쯤 되면 우월감을 넘어 자화자찬의 경지마저 훌쩍 뛰어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교회 일치와 연합은 상대가 크든 작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하나를 지향해 나가는 것이지 크고 힘있는 자들의 ‘갑질’ 놀이터가 아니다. 아무리 내가 99%고 상대가 1%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 작은 1%가 내게 채워지지 않는 한 나는 영원히 미완이라는 것을 모른다면 교회 일치와 연합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

만약 한국교회가 지금보다 더 커지고 높아지고 강해져서 대통령후보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찾아와 굽신거리게 만들고 한국교회가 결집해 이슬람도 동성애도 다 해결되고, 개독 운운하는 안티들이 사라지고 마침내 기독교의 위상이 회복되어 이 땅에 제2의 부흥기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달리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스스로 작아지고, 낮아지고, 약해지고, 마침내 십자가에서 생명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흔적조차 더 이상 한국교회에서 찾을 수 없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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