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무릇 세상의 소금이 돼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 안의 소금에 머물고 있다. 교회가 소금 저장소인가. 교회에 있는 소금은 아무 쓸모가 없다. 소금은 세상에 나가 세상 속에서 녹을 때 의미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의 소금이 되라’ 하셨지, 교회의 소금이 되라 하신 것이 아니다.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으로 흩어져, 세상 안에서 자신의 몸을 녹여, 짠맛을 내는 소금이 되어야 한다.

선교 초기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서가 아닌 교회 밖에서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마을 곳곳의 교회는 마을 공동체 속에서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이들의 필요에 맞는 사역을 펼쳤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고, 부조리와 불의가 판치는 곳에서 억울한 피해자 입장을 대변하고 사랑을 실천했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의 전도자원을 만들어 내고, 대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교회는 물질만능주의와 개교회주의에 함몰되어, 나눔과 섬김, 사랑의 실천을 외면하고 있다. 특히 입술로만 사랑을 외칠 뿐, 실천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손끝으로, 온몸으로 봉사하며 섬김과 나눔, 사랑을 실천하는 자세가 시급한 시점이다. 입으로는 나눔과 섬김, 그리스도의 사랑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이러한 모습이 사회로부터 교회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손끝으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랑의 실천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 교회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무엇이 필요한지 살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 기독시민운동중앙협의회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사역의 일환으로 골목길 청소를 하고 있다. 주변 지역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모여서 동네 구석구석의 골목길을 말끔하게 치우는 일이다. 사소한 일처럼 보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꼭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일들을 찾아 교회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일 때 지역사회 안에서 교회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자연스럽게 지역주민들이 교회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연말연시가 되면 각 교회에서 불우이웃돕기, 김장전달하기 등 이벤트적인 생색내기용 나눔을 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마저도 하지 않는 교회가 수두룩하지만 꼭 이런 것이 아니라도 지금 당장 성도들과 교회 밖에 나가서 지저분한 골목 구석구석의 쓰레기를 청소해 보면 어떨까. 이 같은 일은 많은 돈이 들지도 않을뿐더러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실천이 가능한 것이다. 거창하게 큰돈을 들여 누굴 돕자가 아니라 섬기고 나누려는 마음, 봉사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라도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더 이상 교회 안에만 소금을 방치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예장 통합피어선 증경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