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우거진 공원
어제 앉았던 긴 의자는 그대로인데
사람은 가고 없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지도 모를 내일
매일 오던 사람
서로 만나 반기던 마음 놓고 간 사람들
발걸음 끊긴 기다림으로 멍한 저 고독
기다리는 게 숙명인 듯 체념해버린
낡은 의자는 언제나 무심한 표정이다

봄, 여름 그리고 가을 또 겨울
피는 기쁨 지는 슬픔
다 겪은 세월 후
무심마저 유정한 기다림의 인고다

긴 세월 기다림의 표적으로 낡아버린
공원 나무 의자

-시집 『절정에서』 발췌

* 배환봉 시인: 『문예사조』 1992. <기독시문학상> 2017

▲ 정 재 영 장로
시는 대상을 새롭게 인식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일이다. 공원에 있는 낡은 의자를 기다림의 숙명을 가진 인간으로 새롭게 본다는 면에서 비유와 상징의 넓은 영역의 상상력을 동원해주고 있다.

형식상에서 보면 양극화 이미지를 동원하고 있다. 첫 연의 의자와 사람은 고정성과 이동성이다.

의자의 고정과 공원의 피고 지는 변환을 보여줌으로 인간과 세월의 모습을 중첩시켜 그려주고 있다.

공원이란 인간 삶의 공간이다. 이런 저런 사람들이 찾아오는 모습은 삶에서 만나는 다양한 경우를 말하고 있다. 곧 인생인 것이다.

천상적 이미지인 별과 지상적 이미지인 나무의자를 통해 신과 인간이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우주인식론을 보여주고 있다. 생성과 소멸을 계절로 비유하면서 인간을 의자처럼 낡아버리는 존재로 드러내고 있는 기발성(컨시트)을 볼 수 있다.

벚꽃은 순간에 피었다 지는 화려한 꽃으로, 화려했던 과거를 동원한 사물이다. 삶이란 순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의자는 멍하니 기다리기만 하는 수동체이다. 그래서 숙명적인 존재다. 그것은 계절마다 피는 새로운 꽃을 본다, 그러나 자체는 낡아지기만 할 뿐이다. 기다림으로 소멸되는 인간의 모습, 세월이 만드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비유나 상징을 통해 인간이라는 본질을 공원 안의 나무의자로 빗대어 말하고 있다.

제목은 별의 의미가 지칭하는 하늘 뜻을 숙명으로 받아들여, 체념하며 인고하는 시인의 마음이 <별빛으로 씻은 가슴>이라는 것이다.

첫 연이 결론이다. 다음 연들은 그것을 구체적으로 설득해내는 구조를 하고 있다. 기승전결을 변형시켜, 주장하는 바를 상대에게 강요하고 있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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