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기간동안 전 세계는 트럼프 쇼크에 빠졌다. 트럼프는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취임한 지 단 일주일 만에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이라크 이란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7개 이슬람 국가 국민에 대해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던 이들 국가 출신 무슬림들의 발이 묶였고, 미국 공항에 도착한 무슬림들마저 강제 송환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가 선거운동 때 호언장담했던 멕시코 장벽 설치와 ‘무슬림 밴(ban·입국 금지)’이 현실이 된 것이다. 트럼프는 이밖에도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물고문 허용과, 9·11 테러 이후 운영했던 비밀감옥을 부활시키고,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를 존치하는 행정명령에도 곧 서명할 예정이라고 한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사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겠다”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그러니까 그가 구상하는 위대한 미국의 재건은 장벽을 쌓고, 종교를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고, 고문과 불법구금으로 인권을 탄압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과거 독일 나치정권의 히틀러가 했던 짓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후 전 세계 자유진영을 리드하는 위대한 미국의 시대를 열었다.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시장경제 체제의 중심축으로서 국제 정치·경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자유·개방·관용의 정신으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미국이 트럼프가 집권하자마자 고립과 폐쇄, 차별과 반인권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스스로를 보수적인 장로교인이라고 밝힌 바 있는 트럼프는 과거 한 모임에서 “나는 하나님께 용서를 구해야 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며 “죄를 고백하는 기도가 나에게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이 같은 무지하고 자아도취적인 고백으로 미루어볼 때 트럼프를 기독교 신앙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미국 내 보수 기독교계는 트럼프가 동성애와 이슬람을 극도로 혐오하는 것에 열광했고 마치 하나님이 세운 지도자인양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 대통령으로 세웠다.

한국교회 지도자들 중에도 트럼프를 닮은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보수를 자처하는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의식구조를 들여다보면 트럼프를 빼다 박았다 할 정도이다. 이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들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명분으로 몰아가고 있는 한국교회 하나되기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교회가 하나로 똘똘 뭉치면 동성애와 이슬람, 종교인과세도 다 막아낼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고, 이것을 무슨 대단한 종교적 신념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위대하고 자랑스런 미국을 재건하겠다며 백인우월주의에 빠져 장벽을 치고, 종교를 이유로 차별하고 억압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트럼프와 과거 자랑스런(?) 한국교회 연합체의 복원을 선언하며 오로지 덩어리와 힘을 키우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교회 일부 지도자들의 모습을 놓고 볼 때 언뜻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정치도 비지니스로 여기는 자아도취자의 손에 쥐어진 거대한 권력과, 예수 정신을 망각한 종교적 신념가들이 꿈꾸는 힘의 질서, 이 둘의 공통점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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