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골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집트 사람, 구스 사람, 블레셋 사람, 아람 사람 모두 원수요, 멸해야 할 족속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향해 저들과 다르지 않다고 하신다(암 9:7-8).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만을 당신의 백성으로 삼고, 다른 민족은 외면하는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보편주의가 담긴 말씀이다.

예언자 아모스가 활동할 당시 이스라엘은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태평성대를 누렸다. 그러나 급속한 번영은 이스라엘 사회에 심각한 모순을 야기했다. 빈부격차 심화로 부유층과 빈곤층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었다. 부정과 부패가 극성을 부렸다. 가난한 이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역설적이게도 나라의 번영이 이스라엘의 공동체 이상을 철저히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경제가 부흥하면서 도시가 확장되는 과정은 오늘날 한국의 현실과 다를 바 없다. 부자들은 새집을 짓기 위해 도시 주변의 농지를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저택과 별장을 지었다. 안보를 명목으로 성곽도 넓혀 새로 쌓았다. 그리고 막대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가난한 농민들에게서 세금을 쥐어짰다.

이때 아모스는 “오직 공의를 물 같이 정의를 하수같이 흘러넘치게 하라”(암 5:24)고, 국가적인 회개를 외친다. 저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만을 위한 신으로 여긴 국수주의적인 신앙이다. 그리하여 아모스는 독선에 빠진 이스라엘을 향해 이방 나라들과 똑 같이 심판 아래 놓여 있음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할 때 손을 얹은 성경은 그의 어머니가 트럼프의 주일학교 졸업 기념으로 물려주신 것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성경이다. 그의 취임 일성이 ‘미국우선’인 것을 보면, 그의 성경관은 저 옛날 아모스시대의 골수 유대인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의 취임식장은 유색인종은 거의 보이지 않고, 백인 일색인 것도 유별나다.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의 시위가 미국전역을 넘어 세계 곳곳에 번지고 있다. 여성혐오, 인종주의 색채, 이슬람에 대한 적개심, 자국 우선주의, 힘의 외교, 다양성을 부정하는 그의 언설이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것이 성경 때문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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