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 헌 철 목사

1971년 6월 13일 〈뉴욕 타임스〉는 이 전쟁을 끝내게 하는 미국 국방부 극비 문서인 ‘펜타곤 페이퍼’를 특종 보도했다. 이 문서의 제보자는 펜타곤 페이퍼 작성에 참여한 인물인 대니얼 엘스버그(Daniel Ellsberg : 1931~)였다. 그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이었던 ‘제록스’ 복사기를 활용해 자료의 사본을 만들어 <뉴욕타임스>에 제보함으로써 닉슨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70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전의 실상이 미국에 의해 약 30년간 ‘준비되고 기획된’ 전쟁이었다는 것이 명백했다.

특히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는 직접적인 명분이 되었던 통킹 만 사건이 미국의 조작이었음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닉슨 정권은 엘스버그와 <뉴욕타임스>에 갖은 압력을 행사해서 비밀문서 폭로를 막으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분노한 미국의 국민은 ‘부도덕한 전쟁’을 끝낼 것을 외치며 연일 반정부 시위를 벌었다. 미국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는 베트남전쟁의 장기화는 미국 사회를 병들게 했다.

처음 미국 정부는 엘스버그를 기소해서 절도죄와 간첩죄 등으로 125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재판은 대법원까지 가는 릴레이 끝에 미국 연방 대법원은 ‘엘스버그’와 <뉴욕타임스>의 손을 들어 주며 담당 판사는 재판 무효를 선언했다. 이로서 미국 역대 행정부와 군부에 의한 조작된 베트남전쟁의 진실이 드러났고 미군이 철수함으로서 베트남전쟁은 미국의 패배로 종언을 고하게 됐다. 한 사람의 ‘용기 있는 양심(결단)’이 명분 없는 베트남 전쟁의 종결을 앞당겼고 세계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 ‘엘스버그’는 전쟁이 끝난 후 이렇게 말했다. “수만 명의 미국 군인과 수백만의 베트남 사람들이 침묵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저는 좀 더 빨리 펜타곤 기밀문서를 폭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제 자신을 질책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출처 : 중소기업뉴스 (1871호) 승인 2012.03.21]

대한민국은 사드배치에 대한 논쟁이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사드가 발사 되는 시점은 핵전쟁이다. 그 전쟁은 남북 곧 한반도 전체가 폐허가 되어, 이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 십, 아니 수백 년을 필요로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함에도 동족 간에 전쟁을 해야 한단 말인가? 과연 누구를 위해 이러한 전쟁이 필요하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는 북괴가 핵을 사용할 것을 전재로 하여 방어목적의 사드배치를 주장한다. 사드가 배치되면 전쟁은 안 일어 날 것이라고 확신하는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또한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사드’배치를 서두르게 하는 것은 단순히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일 뿐일까? 아니면 중국, 러시아 등을 경계하기 위해서 일까? 만에 하나 남북 간에 핵전쟁이 발발해서 북한을 점령, 우리식의 통일이 된다 해도, 이미 폐허가 된 한반를 일본 등에 대항할 수 있는 국가로 회복할 수 있을까? 나아가 미국이나 일본이 북한을 대한민국에 넘겨줄까? 중국과 러시아는 어떻게 나올까? 의문이 한두 가지 가 아니다.

따라서 전쟁이 아닌 남북 간의 평화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자신감 있는 인내의 용기만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다. 지금도 내전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의 국민들은 차라리 죽기를 구할 정도로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남북 간의 전쟁은 베트남 전쟁이나, 아프리카 등의 내전중의 국가들과는 그 양상이 다르며, 6.25 전쟁과도 또 다르다. 이 후 발생되는 남북 간의 전쟁은 한반도의 파멸이며, 우리는 역사 속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사드배치는 시간을 두고 국회, 국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평화 통일을 위한 대화와 인내의 용기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전쟁은 회생이 불가하여,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파멸 그 자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로잡는 자는 사로잡힐 것이요 칼로 죽이는 자는 자기도 마땅히 칼에 죽으리니 성도들의 인내와 믿음이 여기 있느니라(계 13:10).

한국장로교신학 학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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