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재 성 교수

필자는 종교개혁에 대한 입체적 해석을 최근 학자들의 연구를 근거로 해서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루터의 95개 조항을 새롭게 한국어로 번역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았다. 면죄부의 문제점을 밝힌 95개 조항을 8가지로 분석했고, 만성절의 허구성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했다. 루터의 주요사상과 종교개혁자들에 대해서 그 중요성을 재인식하도록 재구성하였고, 오늘의 시대에 던져주는 교훈들을 재발견하고자 시도했다.

신학수업에 들어선 후에,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16세기 종교개혁은 원래의 기독교를 회복하는 “역사의 향기”가 깊이 배어있다. 그동안 필자는 이 위대한 시대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종교 개혁사 연구서적을 구입하였고, 천 여 권에 달하는 관련 연구서적을 소장하게 되었으며, 그 시대와 사상에 대해 재조명하는 연구서를 이제 다시 출간하게 되었다.

또한 종교개혁 역사의 현장에 직접 찾아가서 개혁자들의 유산과 전통을 호흡하면서, 확인하고 싶은 소원은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졌다. 루터의 비텐베르그는 한국 사람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던 곳이었다. 그런데 동독을 지배하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는 현대사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여행자유화가 시행되었다. 이런 엄청난 변화를 필자는 미국 유학시절에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한국 여권을 가지고는 들어갈 수 없었던 동베를린을 통과해서 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

1990년에 필자는 총신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신 김의환 박사(당시에는 미국 나성한인교회 담임목사)를 비롯하여 몇 분의 목회자들과 신학자들과 함께 루터의 현장들과 동구권 교회들을 방문했다. 특히,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에서는 지독한 고문을 견디고 돌아온 콜크스 목사님의 아파트에서 감격적인 간증을 듣고 눈물로 격려의 기도를 드렸다. 공산주의 기념일에 거행된 헝가리 개혁교회 샤롤스파탁 아카데미 개원식은 폐쇄된 지 70년 만에 되돌려 받는 날이어서, 감격스러웠다. 우리는 격려금을 전달하면서 소련 위성국가들의 개신교회들이 공산치하에서 타협한 자들을 제거하고 복구의 진통을 겪는 고난에 동참하였다.

서베를린에서 동베를린으로 넘어 들어가는 순간, 러시아의 강압통치 하에서 공산주의 위성국가로서 너무나 가난하고 힘들게 살고 있구나를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당시 동독은 구소련의 지배를 받던 위성국가들 중에서 가장 잘 살고 있다고 했었지만, 서독에 비하면 수 십 년 뒤떨어진 후진국이었다. 동유럽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계급투쟁과 혁명노선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기존 질서와 체제에 반항하는 원조로서 루터의 종교개혁을 활용하였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일어났던 5백 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해를 맞이하면서, 수많은 종교개혁자들의 유산과 공헌과 수고에 대해서 재발견을 시도하고자 한다. 지나간 시대에 하나님께서 사용하신 사람들에 대해서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역사적 소명감과 새 삶을 향한 지혜를 내려주실 것을 확신한다.

<계속>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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