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민주주의 지탱하는 중요한 축, 그것은 법과 언론이다. 이 둘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보완하며 민주주의의 가치실현과 운영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그 나라의 민주화 정도를 파악하려면 법치의 정도, 즉 사법부가 얼마나 존경을 받고 있느냐를 보면 알 수있다. 비록 검찰의 기소가 왜곡되었더라도 법원의 판단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있으면 인권을 포함한 민주주의의 가치는 지켜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불어 또 하나의 축으로 지목한 언론의 역할이다. 이 시대에 언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도 지나치지 않으며, 심지어 언론을 밤의 대통령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 힘이 막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메인 신문과 방송의 위력은 보도의 사실여부를 떠나 일단 부정적 보도의 대상이 되는 순간 그것을 회복하기가 정말 힘들다. 매장당하는 것은 순식간이나 벗어나는 데는 정말 많은 시간과 돈이 소요된다.

이런 시대에 언론과 법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가 없으며, 특별히 법관이나 언론인의 사명의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끔 언론에 의한 피해를 너무 많이 당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소위 보수와 진보 언론들의 일방통행식 보도와 분석기사는 수많은 오해, 편가르기와 이념대결을 부추기는 장본인이 되고 있다. 언론이 일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것을 굳이 문제삼을 이유가 없고, 또 언론사가 설립목적에 따른 특정 성향의 보도를 그 목적이 순수한 이상 역시 문제삼을 이유가 없다.

다만 이 언론의 힘을 이용하여 사법과 행정의 결정을 강제하는 것은 절대 안될 일이다. 일견 사회적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유효하겠으나, 나아가 사법의 결정을 강제하고 위협하는 행위는 민주적 법치질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이는 민주사회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며, 나아가 국가적 주요 사항이나 사회적 폭발력을 지닌 이슈를 다루는 재판에서는 더더욱 언론과 여론은 냉담하고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는 최순실이라는 시대적 괴물로 인해 온 나라가 분노하고 설명할 수 없는 절망감과 상실감에 휩싸여 있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고, 지금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다투고 있다. 더불어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전담하는 특검이 설치되어 근자에 우리가 보지 못하던 고강도 수사 장면을 연일 보도를 통해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보도들, 특별히 그것이 사법부와 특검의 결정을 유도하고 압박하는 반민주적 폭거들이 연일 언론을 통해 여과없이 보도되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매주 벌어지는 촛불과 태극기 시위는 어김없이 헌재를 향하여 소리치고 있다. 그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일부 유력 정치인들이 대중들을 선동하면서, 헌재의 결정 내용과 시기를 강제함으로써 법관의 양심과 소신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특검의 수사에 대하여 일일이 간섭함으로써 또한 특검 수사관들에게 정치적 부담을 느끼게 한다는 사실이다. 만일 이들이 이러한 비민주적 행위를 중지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어느 일방은 특검의 수사결과에 대하여 동의하지 못할 것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하여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언론을 이용하여 헌재와 특검을 강제하면 반민주, 반역사적 죄인의 굴레를 벗기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헌재의 결정이 다가오는 마당에 이에 불복할 수 있는 꼬투리를 남겨서도 안된다. 우리는 이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파고를 넘은 이후를 위하여 지금 이 시간 헌재의 결정에 모두 복종하겠다는 국민적 합의를 방해해서는 안될 것이다. 헌재 재판관들의 양심과 법적 소신을 믿으며, 특검 검사들의 헌신적 노력을 지지한다. 하루 속에 이 나라가 정상적인 궤도에 다시 진입할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들의 분발을 촉구하면서 우리 모두는 그들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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