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종문 목사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성직자 노후소득보장 실태 분석’ 설문 조사 결과 개신교 목회자들의 소득 수준이 우리나라 4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및 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4개 교단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목회자의 월평균 수입은 202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2017년 4인 가구의 최저생계비(기준 중위소득 60%)인 268만428원의 4분의 3 수준(75.4%)이다.

소득 구간별로는 200만-250만원 미만이 3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250만원 이상(24.8%), 150만-200만원 미만(19.1%), 50만∼100만원 미만(5%) 등의 순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대다수 목회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흔히 세간에서는 목회자들이 막대한 부와 명성을 움켜쥔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목회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커다란 대형교회 목회자들 중에는 교회를 자신의 것으로 사유화하려는 목회자들이 일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회자들을 제외한 대다수 목회자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4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 가고 있다. 한국사회 안에서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한국교회 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이번 조사가 한국교회 안에서 내로라하는 대형교단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라는 점이다. 조사에 참여한 목회자들이 속한 예장 통합, 합동, 기장, 감리교 등은 모두 알다시피 한국교회의 가장 대표적인 대형교단들이다. 이들 교단 목회자들의 월 평균 소득이 4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하물며 중소형교단에 속한 목회자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그 실상을 가히 짐작할만하다.

결국 대다수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복음전파의 사명을 감당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더욱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목회자들이 은퇴한 이후에 더욱 막막한 현실에 처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응한 목회자들은 은퇴 이후 가중될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악화에 대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은퇴 목회자들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반문해 봐야 할 듯하다. 교단 차원에서도 이들을 위한 제도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커다란 교회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신음하고 있는 개척교회와 미자립교회를 외면하지 않고, 실질적인 나눔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장 통합피어선 증경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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