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연합의 정신을 잃고 분열의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마저도 교회협이 주관하는 예배와 교단 중심으로 드려지는 예배로 나뉘어 진행된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해이다 보니 더욱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알다시피 한국교회는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으로 양분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부활절 연합예배에 있어서는 각자의 신앙적 노선을 멈추고 한국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해 공동으로 주관하며 함께 드려온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연합기구가 아닌 교단 중심의 부활절 연합예배가 별도로 드려지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최소한 부활절 연합예배만큼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두가 하나 되어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말 그대로 아무리 신앙적 노선이 달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로 연합한 가운데 드려져야 참된 의미를 갖는 예배이다. 상대방을 미워하고 질책하며 자기들끼리만 모여 부활의 영광을 노래한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결코 기뻐하시지 않을 것이다.

이는 화해와 용서와 화합을 강조하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도 벗어나는 반복음적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구원의 약속을 헛되게 하고 욕되게 하는 반신앙적 행태이다.

최근 한국교회의 신뢰도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한국교회는 세인들로 하여금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세인들은 한국교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첫 번째로 이유로 언행 불일치를 꼽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말로는 사랑과 화해와 섬김과 나눔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미움과 다툼과 독선과 이기심으로 가득한 반신앙적인 모습이 세인들이 보는 한국교회의 실체적 모습이다. 이런 모습들이 한국교회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부흥과 발전을 막아 교회를 위태롭게 하는 원흉임을 깨달아야 한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 교회는 사회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있으며, 기독교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갈등과 분열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하나 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부활절 연합예배야말로 진보와 보수를 떠나 각자의 신앙적 노선을 떠나 연합과 일치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발전과 복음 전파의 기회로 삼아야 할 이런 큰 행사를 교권유지와 획득을 둘러싼 이기적 욕심 때문에 제각각 드려야 한다면 이는 매우 불행한 일이다.

모쪼록 이번 부활절연합예배가 더 이상 사분오열 찢겨진 한국교회의 자화상을 비추는 아픔이 되지 않고 그 이름에 걸맞게 하나의 연합예배가 되었으면 한다.

예장 통합피어선 증경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