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탁기 목사

한국교회는 선교 13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5만 교회 1000만 성도를 아우르는 대한민국의 최대 종교로 굳건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이는 하나님의 보살핌과 은혜 속에서 이루어진 쾌거다.

전국 방방곡곡에 교회가 세워졌고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 곳곳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세계 곳곳에 파송하는 선교대국이 되었고, 세계 최대의 교회가 위치한 나라이기도 하다. 130년 전에 복음이 전해진 동방의 작은 나라가 이처럼 세계 선교의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에 세계교회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교회의 눈부신 성장과 영광 뒤에는 그 동안 묵묵히 복음 전파의 사명을 붙잡고 헌신해 온 신앙의 선배들이 있다. 바로 원로목회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우리는 이들의 수고를 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살아간다. 마치 우리 자신이 잘 나서 오늘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듯 착각하면서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 한국교회의 영광 뒤에 원로목회자들의 땀과 눈물, 희생과 헌신이 있었음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와 복음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원로목회자들의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나이가 들고 활력이 떨어지면서 사회와 교회의 중심에서 밀려나 쓸쓸히 노년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다.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일하고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했던 시절은 단지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이제는 사회 속에서도 가정 안에서도 교회 안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급속히 고령화시대로 달려가고 있다. 노인의 절대 수뿐만 아니라 전체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00년에 7.2%로 조사된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2020년에는 15.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2030년에는 23.1%, 즉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 4명당 1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인 구조는 여전히 고령화시대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교회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던 원로목회자들을 위한 제도나 배려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도시의 미자립교회나 농어촌의 작은 교회의 경우, 은퇴한 원로목회자의 노후까지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부 대형교단을 제외하고는 은급재단이 제대로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은퇴 이후 생계마저 막막한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인구고령화가 가속화 될수록 더욱 상황이 악화될 것이다.

사람이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기 마련이다. 지금 왕성하게 활동하는 젊은 목회자들도 세월이 흐르면 원로목회자가 될 수밖에 없다. 원로목회자들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는 것이 마땅한 자세일 것이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노인문제, 특히 원로목회자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고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하겠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였다.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떤가? 자식이 부모를 버리고 어르신께 함부로 하고, 심지어는 부모를 살해하는 지경에까지 와 있다. 사랑의 공동체인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심각하게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교회는 부모님께 효도하고 어르신을 공경하는 분위기가 다시금 확산될 수 있도록 힘써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첫 단추는 평생 하나님나라 확장을 위해 땀과 눈물로 희생하고 헌신한 원로목회자들을 섬기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그리스도의교회협 증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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