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 정 봉 목사

역사는 분명 반복되지 않는다. 이것은 나의 삶에 대한 파악으로 직결된다. 삶에는 연습이 없다. 그렇듯이 역사도 반복되지 않는다. 언제나 1회적 사건으로 매듭지어진다.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이루어 갈 수 밖에 없다.

역사적인 사건은 언제나 유일회성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하면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특수하다. 그 때에 주어진 일을 그 시점에서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서 역사적인 평가가 결정 나는 것이다. 아무리 잘못을 후회해도 다시 만회 할 기회는 오지 않는다.

오늘 일본 패권주의가 부활하고, 일제시대의 역사가 왜곡되고 있다고 국민들의 한탄소리가 들려오는는 오늘, 아직도 일본식민지 이상의 반민족적이며, 반국가적 행위를 서슴치 않는 인사들이 있다는데 서글프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특히 3.1만세운동 98주년을 맞은 오늘의 시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해방이후 반민족행위처벌법과 그 의지를 집행할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가 바로 역사현실에서 막중한 과제를 담당했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이 땅의 국민들은 그것을 이행하지 못한 것을 천추의 한처럼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역사적 사건의 일회성을 드러내는 것이며, 역사적 시점이다.

문제는 그 시대의 주역들이 역사적 과업을 이행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역사의 죄인이며, 역사는 그들을 심판했다. 그 여파는 일본의 패권주의 부활과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비화하면서 막말을 내뱉는 오늘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보는 경우 역사는 일본식민지 당시 친밀분자들의 추한 모습이 추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정리하지 못한 자들의 죄가 오히려 부끄럽게 보인다. 오히려 이들이 심판의 대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해방 직후 민족무대에 선 사람들은 역사 앞에서 나는 친일파가 아니었으니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함께 역사의 죄인이며, 책임을 져야 한다.

3.1만세운동 제98주년을 맞은 우리는, 특히 3.1만세운동의 주체였던 한국교회는 오늘 역사적 어떤 시점에 서 있는가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그 역사의 중심과제는 민족이어야 하고, 잃었던 땅, 잃어버린 주권을 찾기 위해 벌였던 민족자결의 민족주의운동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제가 이행되지 않았기에 오늘날도 그 문제는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그것은 거울이 되어 우리의 안일하고, 비역사적, 반민족적인 정체로 계속 폭로되고 있다. 그리고 이 민족의 가장 고통스럽고, 처절한 평화적인 민족통일이라는 과제 앞에서 힐책하게 된다. 예수님은 가장 고통스럽고, 처절한 역사의 현장에서 소외된 사람, 고통당하는 사람, 가난한 사람, 떠돌이, 어부, 농민 등 보잘 것 없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이셨는데 말이다. 목사인 나는 무엇을 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다.

예장 개혁총연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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