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찬 목사

올해는 일제 강점기에 있던 우리나라 백성들이 일제의 지배에 항거해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을 벌인 지 98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제의 총칼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을 외마디 외친 그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작금의 대한민국이 건재하다.

하지만 오늘날 3.1운동의 위상은 온데간데없이 나라가 또다시 위기에 처했다. 과거 일제의 탐욕에 의해 처절하게 짓밟혔던 모습과 흡사하게, 대한민국 국민들은 권력과 재물의 폭거에 신음하고 있다. 정의는 옥에 갇힌 지 오래되었고, 원칙은 내팽개쳐져 흔적도 없다. 오직 권력과 재물의 탄압만이 이 땅을 지배하고 있다. 가진 자들과 지식인들이 일제에 협력해 가난한 백성들을 괴롭혔던 것처럼, 이 시대의 가진 자들과 지식인들은 역사를 되풀이하듯이 이 땅의 가엾은 백성들을 괴롭히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갑질’의 문화는 이 시대의 화두가 되어 버렸고, 누구나 ‘을’의 인생을 살아가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1등만을 강요하고 있으며, 금수저, 흙수저 논란이 일 정도로 이미 이 사회는 철저한 계급사회로 고착화되어 버렸다. 금수저들이 이끌어 가는 세상이 되어버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제 현실 불가능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흙수저로) 가난하게 태어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돈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들을 억압하고, 그들의 골육을 빼어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을 이끄는 것은 1%의 가진 자들이 아닌, 이 땅에 가장 밑바닥부터 맡은 바 사명을 다하는 99%의 가난한 백성에게 있음이다. 가진 자들도, 지식인도 아닌 바로 가난하고 굶주린 이 땅의 가장 소외된 자들로 구성된 사회가 대한민국인 것이다. 과거 독립운동을 외친 것이 기층민중이었듯, 작금의 도탄에 빠진 세상을 온전히 세워갈 수 있는 것도 대기업의 잘난 모양새가 아닌 바로 가난하고 굶주린 백성들이다.

우리는 2016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서 정의와 원칙이 사라지면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 직접 겪었다. 단 몇 사람만으로도 나라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선진국이라고 자부심에 빠져 있던 부끄러움도 느꼈을 것이다. 동시에 우리나라가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낀 소중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낮은 신분인 백성들의 목소리가 모이면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도 체험했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지 못하는 것도 알았다. 이제 온갖 실수를 경험한 대한민국이 진리를 찾아가는 그 출발선에 서있다. 부디 그 어떠한 억압과 핍박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 나라의 독립을 외쳤던 우리 민족의 기개를 잃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정의와 원칙이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진리인 것을 온 세상에 전하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해 두 번 다시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원한다. 혹자는 독립운동의 중심세력이 한국교회 지도자들이었다고 자랑스럽게 외치는 가하면, 3.1 만세운동의 현장에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없었다고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누구의 말이 옳고 그름은 판단해볼 문제겠지만, 분명한 것은 작금의 한국교회가 이제는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권력이나 재물에 눈이 멀어 바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벙어리가 되었던 과거를 뉘우쳐야 한다. 이제는 이 나라의 백성들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정의와 원칙이 살아있는 세상이 되도록 그 선봉에 서야 한다. 더 이상 말뿐인 3.1운동 기념행사에만 목을 매지 말고, 이 시대 우리가 처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도록 2017년 3.1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한영총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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