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전국 성서신학원 대회 광경.

“성서신학원이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의 위기를 타개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사변적 신학을 멀리하고 실제 필요한 신학을 가르쳐야 한다. 단순히 전도사와 목사를 양성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서울서남성서신학원장 민경설 목사(광진교회)는 최근 개최된 제3회 전국 성서신학원 대회 주제강연에서 이 같이 밝히며, 성서신학원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문했다.

민경설 목사는 이날 강의에서 “예장 통합측만 해도 정규신학대학만 7개다. 정규신학대학과 신대원에서 공부하고 졸업해도 목회하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성서신학원이 단순히 교역자를 양산하기 위한 교육에 집착해서는 오늘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민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신학교육이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했다. 그는 “오늘날 많은 신학대학들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신학대학을 졸업한 후 마땅히 진로가 정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목회 사역지를 얻기가 어렵고, 개척을 하려고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성서신학원이 기존 신학대학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민 목사는 대신 성서신학원의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사변적 신학을 멀리하고 상담학, 찬양학, 리더십 등 실제 필요한 신학을 가르쳐야 한다. 특별한 은사가 있는 이들은 별도로 신학교 편입을 이끌어 주면 된다. 정규신학대학을 통해서도 할 수 없는 일을 성서신학원으로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서신학원 졸업생의 정체성 문제도 짚었다. 그는 “성서신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개교회로 돌아간 후에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 있다. 내가 신학을 했는데 왜 교회에서는 교역자 대우를 안 해 주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는 평신도 역할도 교역자 역할도 결국 못하게 된다. 이는 담임목사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민경설 목사

민경설 목사는 또 사역공간을 교회에만 한정시키지 말고 해방시켜 줘야 한다고 했다. 민 목사는 “교회와 일터를 이분법으로 나눠서는 안 된다. 그런 사고를 바꿔야 한다.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성경공부하고 찬양하고 그것도 하나님의 일이다. 그러나 직장이나 가정도 모두 하나님의 일터다. 하나님나라를 확대하는 것이 성서신학원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회일이나 세상일이나 성속이 없다. 성스럽고 속되다는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러면 확장성도 없고 전도도 안 된다. 세상 나가서 일하는 것도 죄 짓는 일이 아니다. 먹든지 마시든지 하나님 영광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 목사는 또 “성서신학원이 평신도 사역자를 양성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이단의 공격 때문이다. 이단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급격히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신도들의 고급화와 능력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단을 막아 주고 성도들의 신학적 위치를 높여 주는 것이 평신도사역훈련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성서신학원에서 수준 높은 커리큘럼에 따른 신학교육과 영성훈련을 해야 한다. 특히 평신도들을 전도동력화해야 한다. 교역자들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평신도들을 전도능력자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목사는 또한 수준 높은 교육으로 다음세대를 위한 교사들을 길러낼 것을 당부했다. 그는 “주일학교 없는 교회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어느 노회는 170개 교회에서 70개 교회가 주일학교가 없어져 버렸다. 왜 그럴까. 바로 능력 있는 교사가 없기 때문이다. 영적으로 능력적으로 훈련받은 교사가 없다. 이걸 어디서 해야 하는가. 바로 성서신학원에서 해야 한다. 다음세대 생명을 일으키고 키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야 한다. 이걸 놓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한 “보통 항존직을 세우고 훈련을 시키려 하는데 순서가 틀렸다. 제대로 훈련받은 사람을 항존직을 세우는 게 올바른 순서다. 이 역할을 성서신학원이 감당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민 목사는 “서울서남성서신학원은 신학교수와 개교회 노회 목사와 공동을 티칭한다. 신학과 실제를 같이 가도록 하고 있다”며 “총회 신학교육부와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25개 성서신학원이 공동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경설 목사는 목회자 이중직에 대해서도 “신학대학 졸업생들이 당장 생계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택시기사, 식당 알바, 노동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 졸업해도 갈 곳이 없고 개척의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목회자 이중직을 제한하는 것은 그들에게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죄책감까지 들게 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모른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이중고를 풀어줘야 한다. 목회자 이중직의 굴레를 씌우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도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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