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우리는 친부와 계모의 폭행으로 죽임을 당한 원형이를 기억한다. 이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으며, 제2의 원형이가 이 땅에서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원형이 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3살된 아이가 엄마와 외할머니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엄마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병원으로 실려 온 아이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또 8살된 아이가 계모의 폭행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제2 원형이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던 국민적 약속으로 만들어진 ‘원형이 법’은 간악한 엄마와 아빠, 그리고 계모에 의해 난도질을 당했다. 왜 이러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분명한 것은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잃어버린 대한민국의 자화상임에는 틀림없다. 한마디로 인간의 욕망과 탐욕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다. 예수님은 천국이 아이들의 것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예수님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라고 제자들에게 일렀다. 그리고 천국은 이들의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오늘 친부모와 계모, 계부에 의해서 죽임을 당하고 있다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제2의 원형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원형이 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제2의 원형이는 인간의 무게 중심이 ‘나’에게 쏠려 있는 한, 계속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원형이가 죽은 지 얼마 안 되어서 제2, 제3의 원형이가 나왔다. 결국 ‘원형이 법’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서 제2의 원형이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무게의 중심을 ‘나’에게서 ‘너’(이웃)’에게 돌리라고 한다. ‘나’의 문을 개방하고, ‘너’에게로 눈을 돌리라고 한다. 탐욕과 이기주의에 빠져있는 오늘 우리사회에서, ‘나’를 개방하고, 무게의 중심을 ‘너’(이웃)에게 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국민 모두는 우리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킬 의무가 있다. 아이들의 털끝 하나라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이며, 누구로부터도 보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피조물이다. 때문에 아이들도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갖는다. 이러한 사상을 잃어버린 세상은 삭막한 세상이며, 민족의 미래가 보이지를 않는다.

예수님은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지라고 했다. 그래야만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은 순수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며, 누구에게도 해하지를 않는다. 또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 살해를 당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2017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제부터 ‘원형이 법’에 의해 초•중학생이 이틀 이상 무단결석하면 교사가 경찰의 협조를 받아 가정방문을 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장기결석 아동과 미취학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아동학대 사실들이 드러나고, 친부모에 의해 살해당한 사실들도 속속 밝혀졌다.

교육부와 법제처는 1일부터 시행된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을 일선학교에 안내했다. 취학 관리 강화와 가정폭력 등 학생들의 위험요소를 조기에 발견하는 내용이다. 초•중학교는 학생이 입학•전학일 이후 이틀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보호자에 독촉 및 경고하거나, 가정을 찾아 소재나 안전을 확인해야 한다. 필요시 경찰의 협조를 얻을 수 있다.

부모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환영할 일이다. 이 교육법시행령은 제2의 원형이를 막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시행령을 공포한 이후에도, 곳곳에서 제2, 제3 원형이가 나왔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부모에 의해 아이들이 죽임을 당했다.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법은 오늘의 상황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국민들의 의식이 변하지를 않고서는 그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그것은 무게의 중심이 ‘나’에게 치우친 나머지, 이웃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제2, 제3의 원형이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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