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종문 목사

사순절이 시작된 지난 1일은 제98주년 삼일절이었다. 98년 전 일본제국주의의 서슬 퍼런 총칼의 위협 속에서도 우리의 선열들은 삼일만세운동을 통해 대한독립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러한 삼일운동의 중심에는 기독교가 있었다. 삼일운동 당시 한국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애족의 교회였다.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것은 성경의 주요한 가르침이다. 당시 기독교가 삼일운동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삼일운동은 커다란 의의를 남긴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98년이 흐른 지금 한국교회가 이러한 삼일만세운동의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지난 1일 광화문 일대 서울 도심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을 앞두고 탄핵을 찬성하는 측과 탄핵을 반대하는 측이 각각 대규모 집회를 열며 대치했다. 집회에 참가한 모두가 손에 태극기를 들고 구국과 애국을 외쳤지만 그 의미는 서로가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이런 와중에 한국교회의 보수 진영이 주최한 구국기도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와 같은 장소에서 기도회를 개최함으로써 이 집회의 사전행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대두된 것이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단체는 모 일간지에 광고까지 내며 마치 한국교회와 함께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것처럼 선전했다.

기도회 주최측은 이번 구국기도회가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와 전혀 무관하고 정치적 성향이 없는 순수한 기도회이며 함께하자는 연락이 왔지만 뜻이 달라 분명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정치적 이념적 상황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나라를 위해 함께 기도하고자 3.1만세운동 구국기도회를 드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비록 순수하게 나라와 민족을 위해 구국기도회를 개최할 의도였더라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같은 장소에서 굳이 기도회를 드릴 이유가 있었을까.

문제는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이번 구국기도회의 의미가 퇴색된 감이 있다는 것이다. 삼일만세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계승하는데 관심이 모아지지 않고, 오로지 대통령 탄핵을 둘러 싼 찬반논란으로만 치닫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이 논란의 한가운데서 한국교회가 마치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세력으로 치부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이 공황상태에 빠져 있는 지금, 한국교회가 과연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혼란을 부추기기보다는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정의의 편에서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데 초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장 통합피어선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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