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원 목사
사순절 기간 또다시 안타까운 비보가 날라 왔다. 월세를 못낸 60대 남성이 결국 서울 신림동 관악산 등산로에서 목을 매 숨진 것이다.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이 남성은 경제적 곤란으로 인해 4개월 치 월세를 밀린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누구도 이 남성의 이름이나 고향, 나이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모 언론사 기자가 찾아간 이 남성의 방에 텅 빈 밥솥과 음식물이 말라붙은 냄비, 이부자리와 옷가지 20여 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봐도 얼마나 외롭고 괴로웠을지 짐작이 간다.

결국 이 남성은 2017년 희망을 보지 못하고, 절망을 안은 채 목숨을 잃어버렸다. 스스로 목을 맸다고는 하지만, 어찌 보면 이 사회, 이웃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죽임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의 손길도 소중한 생명을 살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들을 누구보다 감싸주고 보듬었어야할 교회도 아무런 것도 하지 못했다. 가난한 일용직 근로자는 그렇게 철저하게 무관심 속에 세상과 작별을 한 것이다.

비단 이런 일은 이 남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 그 누구의 도움이나 관심도 없이 오직 한 개인으로서 차가운 골방에 갇혀 살아간다. 그렇게 그들은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앞서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던 세 모녀가 생활고로 고생하다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동반자살한 사건을 잘 알고 있다. 당시 이 사건은 여당과 야당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들도 이 모녀들의 사건을 안타까워하며, 급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관심은 금방 사라졌다. 여야는 정치쟁점에 서로 다투기 일쑤였고, 국민들은 저마다 살아가기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을 거두었다.

결국 오늘에 송파 세모녀 사건과 흡사한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다면, 혹은 이웃들이 조금은 더 정을 나눴더라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이들의 든든한 도우미가 됐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한국교회는 가장 낮은 자의 자세로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더욱 섬겨야 한다는 사명조차 이행하지 못한 것이다. 가진 자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급급한 나머지, 눈물마저 메말라 버린 어려운 이웃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못했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손을 잡아줬어야 할 교회가 오히려 그들을 철저하게 외면한 것이다.

하나님은 결코 이런 모습을 원하시지 않는다. 가진 것을 다 내어서라도 가난하고 굶주리고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해야 한다. 그것이 이 땅의 교회의 존재 목적이자, 하나님이 주신 지상명령인 복음전파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제라도 한국교회가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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