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급에서 탈출한 히브리인들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금방 들어가지 못했다. 몇일이면 들어갈 수 있는 가나안 땅을, 광야에서 40년 동안 헤맸다. 이것은 히브리인들이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서 정의와 평화, 평등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하나님의 교육과정이다.

한마디로 오랫동안 히브리인을 괴롭혔던 바벨탑의 악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서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며, 격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정의와 평화, 평등공동체를 실현할 수 없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민족이 맺은 계약이 바로 그것이다.

4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동안 광야 생활을 통해 모세는 ‘야훼의 영’의 깨우침으로 이것을 명확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하나님을 만난 모세는 시내산(호렙산) 앞에 애급을 탈출한 히브리인들을 모아 놓고, 과거와는 완전히 단절하고, 새 내일을 창출하자는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모인 무리들은 여러 곳에서 모여든 떠돌이들이었다. 이렇게 모여든 여러 종족들로 구성된 연합체는 한 가지 공통된 것이 있었다. 힘의 철학으로 조성된 악한 바벨탑 아래서 고난을 당하던 무리였다. 한마디로 악을 명확히 보고, 새 내일이 갈망하는 무리였다. 서로 사랑하고 축복하면서 살아야 새 내일이 온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한 무리였다. 하나님의 교육과정을 통해서 떠돌이들은 아브라함의 후손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들은 야훼의 산 앞에서 내일을 향한 계약을 하고, 서로를 축복하면서 평화롭게 사는 생명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들이 애급에서 겪고 거부한 악의 내용은 시내산 앞에서 맺은 십계명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출애굽공동체는 다른 공동체처럼 왕을 모시지 않고 야훼만을 왕으로 모시고 살아온 전통,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과부와 고아, 떠돌이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새 내일을 갈망했다. 10계명에는 애급에서 이들이 겪었던 쓰라린 삶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1계명은 히브리인들을 종살이에서 해방시킨 야훼 하나님의 뜻에 따라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며, 야훼 외에 어떤 신도 섬길 수 없고, 동시에 왕 제도 자체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떤 형태의 바벨탑을 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당시 탐욕에 사로잡힌 바로 왕의 엄명은 그대로 나라의 법으로, 종살이를 하던 떠돌이들에게 지기 어려운 무거운 짐이었다.

2계명은 애급에는 여러 우상들이 있었다. 이 우상들은 바벨탑에 부속되는 통치자들의 도구였다. 백성들의 자유를 옭아매는 올무였다. 그래서 백성들은 그 우상을 섬기면 잘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백성들에게 무거운 짐이었다. 생명을 사랑하는 하나님은 이런 그릇된 숭배로부터 저들을 해방시키겠다는 것이다. 히브리인들은 이것이 거추장스러운 짐이었기 때문에 단절을 약속했다.

3계명은 “너희는 너희 하나님의 이름 야훼를 함부로 부르지 못한다”이다.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을 자기들의 탐욕을 위해서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야훼의 이름은 눌린자들의 해방과 그들을 평화롭게 하는 일, 선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 외에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1계명부터 3계명은 하나님과의 약속이다. 하나님은 결국 힘의 철학인 바벨탑으로부터 떠돌이들의 자유를 보장하고, 수탈하는 것을 철저하게 막고, 하나님의 백성들이 평등공동체를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햇빛중앙교회•본지 후원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