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이 한교연과 함께 개최한 3.1절 구국기도회로 인해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3.1절 98주년을 맞아 믿음의 선열들이 보여준 애국애족 희생정신을 계승하는데 앞장서야 할 기독교가 대통령 탄핵 정국 한 가운데에 뛰어들어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기는커녕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을 한 몸에 받게 된 것이다.

3.1절 구국기도회는 모양이 기도회였지 누가 봐도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가 주관한 태극기 집회의 사전 행사 성격이 강했다. 이 기도회를 실질적으로 주최한 한기총은 순수한 기도회라고 강변하지만 같은 장소, 같은 무대에서 시간만 달리 순차적으로 진행된 행사를 놓고 순수성 운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기도회 직후 한기총에는 매일 200통 이상의 항의 전화가 쏟아져 직원들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한다. 언론들이 일제히 3.1절 구국기도회가 사실상 탄핵반대 태극기집회였고,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이 대거 동원됐다는 비판보도를 쏟아내자 심적 부담을 느낀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도 급기야 ‘해명’ 보도자료를 내기에 이르렀다.

이영훈 목사는 “태극기집회에 교인들을 동원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탄기국과 같은 장소를 사용하면서 빚어진 오해”라고 반박하면서도 “기도회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온 시각인 오후 1시20분 경 ‘한국기독교성직자구국결사대’ 측이 단상에 올랐고, 이후 2시부터 탄기국의 탄핵반대집회가 이어졌다.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상황이었다”며 일부 실수를 인정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기도회가 열린 광화문 사거리는 이미 탄기국이 사용 허가를 받아 이미 무대를 설치한 곳으로 같은 장소 같은 무대에서 기도회를 열었고, 바로 뒤에 탄기국의 태극기집회가 진행되는 것을 뻔히 알았으면서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하는 말을 누가 믿어주겠가. 이영훈 목사가 교인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만일 그 해명대로라면 본인이 시무하는 교회에 출석하는 그 많은 교인들이 저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교회버스로 광화문까지 이동해 교구별로 일사분란하게 집결하도록 지시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더구나 이들 대부분은 기도회가 끝난 후 해산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기도회에 대표회장과 일부 인사가 순서를 맡아 참여한 한교연에도 그 불똥이 튀고 있다. 한기총과는 달리 그동안 정치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 나름대로 애써온 한교연의 노력도 이번 기도회 참여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한기총과 통합을 추진하는 마당에 순수한 기도회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한기총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가 국론 분열의 중심에 섰다는 비난을 받으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비록 한교연이 정치적으로 휘둘린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 지금 같은 혼란한 시국에 좀 더 신중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은 누구를 탓할 바가 아니다.

기독교가 왜 탄핵 찬성 촛불집회에 가지 않고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 참석했냐고 따지고자 함이 아니다. 지금은 기독교 공동체가 촛불과 태극기로 나뉜 국론 분열의 현장을 목도하며 나라를 위해 통회 자복하고, 어떻게 해서든 화합을 위해 희생과 실천에 나서야 할 때이지 어느 한쪽 편에 서서 힘을 과시하고 선동에 앞장 설 때가 아니지 않는가.

자칫 이러다 내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혼란한 사회에 편승하여 나라와 사회를 가르는 행동이 이 땅의 기독교가 할 역할은 아니다. 더구나 그날은 예수의 고난을 묵상하고 동참하는 사순절 첫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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