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가 공동의회를 열어 원로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압도적으로 결의했다. 명성교회는 김 목사가 교단 법에 따라 정년은퇴한 후 후임자를 뽑지 못한 채 원로인 김 목사가 계속해서 강단을 지켜왔다. 명성교회는 공동의회에 앞서 당회를 열고 김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의 청빙을 결의하고 김 목사가 시무하는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을 전격 결의한 바 있다.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를 후임자로 청빙할 거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상되었었다. 김삼환 목사가 개척해 수만 명의 성도들이 출석하는 초거대 규모의 교회로 성장한,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교회에 과연 누가 갈 수 있으며, 가더라도 정상적인 목회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김삼환 목사의 아들인 김하나 목사밖에는 없다는 것이 교계에 정설이었다.

그러나 명성교회가 소속한 예장통합이 지난 2013년 제98회 총회에서 교회의 목회세습금지를 골자로 한 법을 통과시키면서 제동이 걸렸다. 그 당시 일부 교회들의 무분별한 목회세습에 대한 사회적인 비판이 쏟아지면서 통합총회가 이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결국 명성교회는 고심 끝에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개척교회를 선물하고 몇 년 후에 그 교회와의 합병을 통해 아들 목사를 데려오는 단 하나 남은 길을 선택하게 만든 측면이 없지 않다.

명성교회가 새노래명성교회와의 합병을 통해 아들 목사를 청빙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교계 일각에서는 편법 세습 등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목회 대물림은 통합과 쌍벽을 이루는 합동측의 증경총회장이자 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한 길자연 목사에 의해 이미 선행된 바 있다. 길 목사는 아들 목사에게 개척교회를 세워주고 자신의 은퇴 시기에 맞춰 그 교회와 합병하는 방법으로 우회적인 교회세습의 길을 터놓았다. 따라서 명성교회가 부목사인 아들에게 개척교회를 세워줄 때 이미 그 방식을 뒤따를 거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한국교회에 내로라하는 많은 교회들이 담임목사의 아들을 후임자로 선택했다. 이들은 모두 교회 안팎으로부터 많은 지탄에 시달렸지만 결과적으론 그런 우려를 불식하고 대부분 건실한 목회의 대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도 이런 경험이 명성교회로 하여금 다른 선택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초기에는 욕도 먹고 진통이 있겠지만 결국 시간이 가고 교회가 안정을 되찾으면 언젠가 들끓던 비판 여론도 수그러들 거라는 희망 같은 거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으로 목회를 대물림함으로써 리더십 교체과정에서 갈등과 분규를 막고 안정적인 교회 성장을 도모하는데 이점이 있다한들 주님의 몸된 교회를 사유화해서는 안된다는 대명제와 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더구나 명성교회는 한국교회에서 자치하는 위치와 비중이 남다르지 않은가.

교계 일각에서도 명성교회가 단지 하나의 개교회가 아니라, 한국사회와 한국교회가 주목하는 대표적인 교회라는 점에서 그에 따른 책임을 주문하고 있다. 합법적이냐 편법이냐 하는 것은 사실상 그 다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사자인 명성교회 구성원이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 그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결국 그 결정에 따른 무거운 짐도, 책임도 명성교회가 앞으로 짊어지고 나가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공교롭게 종교개혁 500주년의 해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회가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마음에 걸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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