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바울 목사] 생명의 가치 귀하게 여겨야
한국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느낌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죽음으로 몰고 가는 참극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에서 아파트 외벽 보수 공사를 하던 인부 한 명이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아파트 입주자 중 한명이 단지 시끄럽다는 이유로 인부들을 지탱하던 밧줄을 잘라버려, 다섯 아이를 키우던 가장이 소중한 목숨을 잃어버렸다.
충주 칠금동의 한 원룸에서도 80대 노모와 아내, 아들, 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던 가장이 한 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평소 인터넷 속도가 느리고 자주 끊기는데 불만을 품고 있던 집주인이 집을 방문한 인터넷 설치기사의 목과 복부 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두 사건만 봐도 얼마나 가치 없는 일로 무한한 가치의 생명을 죽음으로 이끌고 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단지 시끄럽고,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였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기엔 너무도 미약한 이유다. 그만큼 이 사회가 인간의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서 무지하며,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어긋난 채 돌아가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 전체가 심각한 개인이기주의와 생명경시풍조에 물들어 질병에 걸린 듯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생명이 없는 죽은 사회로 좌초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정작 누구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야할 한국교회마저 온전히 서지 못해 이 사회를 바른 길로 이끌고 가지 못하고 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고, 공교회성 훼손은 물론, 영적 지도자들마저 세속화에 물들어 있다. 물질에 함몰되어 정작 청지기적 사명감당에는 소홀하다. 대사회적인 책임에 있어선 더더욱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
결국 생명을 등한시 하는 사회구조가 이 땅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으며, 그들의 손을 잡아줘야 할 교회가 오히려 그들의 죽음을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땅의 모두가 두 명의 가장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이다. 분명한 것은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존엄성을 상실할 수 없다. 남녀노소,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그 누구도 소홀히 대함을 받을 이유가 없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아버지를, 아들을, 남편을 잃어버린 피해자 가족들의 상념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어떠한 핑계로도 정당화 할 수 없다. 두 번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구조의 변화를 꾀하고, 모두가 인정받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교회도 무한성장에만 목을 매지 말고, 진정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 무엇인지 깨달아 이 땅에 소외된 이웃들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와 이 사회가 하나된 공동체로 거듭나 이 땅에 사는 모두가 생명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예장 호헌 증경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