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교수] 공평은 우리를 갈라놓아도 은혜는 우리를 만나게 한다

2025-07-14     이민 교수
이 민 교수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미국의 케네디(John F. Kennedy, 1917~1963) 대통령에게 한 기자가 물었다. “베트남에 파병된 병사들의 사상자가 늘고 있는데 서독 파병 병사들은 어려움 없이 군 생활을 즐기고 있다. 불공평하지 않는가?” 대통령은 단호하게 답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Life is not fair) 군인은 공평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사명을 위해 사는 존재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정치도 저마다 공정을 외친다. 공평에만 매달리면 원망만 나온다. 불평은 실패자를 만든다. 열심과 노력만으로 공정이 찾아오지 않는다. 의욕과 애씀으로 얻어지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은 창조주께 맡길 때 길이 열린다. 내려놓을 때 얻게 되는 것이 많다. 이것을 은혜라고 부른다. 인생의 기준은 공평이 아닌 은혜.

뇌성마비 시인 송명희가 등단 40주년을 기념하여 신작 그 나라를 펴냈다. 한정판으로 출간된 시집에는 천국에 대한 소망과 하나님을 향한 50편이 담겨있다. 2020년에는 KBS TV <열린음악회>에 출현했다. 뮤지컬 가수 홍지민이 <>를 찬양하고 송명희는 춤을 추며 삶을 나눴다. 공영방송에서 드문 일이다. 송명희는 20대 시절에 가난과 장애를 비관하여 죽으려고 했다. 기도하다가 환상을 보았다. 한 청년이 나타나 불평스러운 일을 써보라고 했다. “나 가진 지식 없고, 나 가진 재물 없고,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없다고 썼다. 청년은 공평하신 하나님을 쓰라고 했지만 못 쓴다고 버텼다. 다시 남에게 없는 너만 가진 것을 써보라고 했다.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다가 터져 나왔다. 그때서야 공평하신 하나님을 고백했다. 은혜는 험악한 세상을 그 나라로 변화시킨다.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공평하시다.

바울은 불공평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감옥 안에서도 기뻐했다. 옥중서신인 빌립보서에는 10번 넘게 기뻐한다고 말했다. 바울의 믿음은 절대 기쁨에 근거한다. “나는 죄인이다. 바닥까지 떨어진 존재다. 그럼에도 기쁘다. 바닥에서 일으켜 세우신 주님이 있다.”라는 고백은 절대 기쁨의 뿌리가 된다. 절대 기쁨은 바닥까지 떨어진 체험에서부터 나온다. 그래서 억울함, 원망, 분노가 없다. 자신을 죄인 중의 괴수로 여기며 사람들의 평가보다 자신을 더 낮게 여겼다. 죄인에게 죄인이라는데 기분 나쁠 리 없으며 자존심 상하지 않는다. 감사의 사람에게 비난과 공격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쁨의 절정은 이렇다. “만일 너희 믿음의 제물과 섬김 위에 내가 나를 전제로 드릴지라도 나는 기뻐하고 너희 무리와 함께 기뻐하리니”(2:17)

사도행전 16장에는 바울과 실라의 옥중 찬송이 나온다. 원망과 불평, 신세타령 없이 찬송했다. 간수는 기도하는 그들을 보았다. 옥문이 열렸으나 도망가지 않는 그들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 그는 당신이 도망갔더라면 나는 죽었다라며 급기야는 내가 어떻게 해야 구원을 받는가?”라고 묻는다. “당신이 믿는 예수가 누구이기에 도망가지 않고 찬송하는가?”라며 충격을 표현했다. 바울과 실라는 예수 믿는 믿음의 정석을 보여준다. 찬송과 기도는 마음 문을 열게 한다. 바울의 거룩한 충격과 감동이 복음 전파의 지름길이다. 복음은 이렇게 증거되어진다.

편하고 안전한 환경은 감사를 연습할 기회를 날려버리고 감사의 감각마저 마비시킨다. 오히려 부족과 결핍이 감사할 가능성을 높여준다. 기쁨과 감사는 말과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은혜의 뿌리에서 나온다. 성장의 높이는 뿌리의 깊이에 달려있다. 척박한 토양에서만 뿌리를 깊게 내린다. 깊은 뿌리의 잡초가 끈질긴 생명력을 소유한다. 고난과 역경이 은혜를 더한다. 이것이 하나님의 공평하심이다.

감사는 은혜에 대한 반응이다. 은혜에 젖게 되면 감사가 터져 나온다. 그리스도인은 감사로 행복한 자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처럼 작지만 확실한 감사인 소확감이 행복이다. 감사도 연습이며 훈련이다. 감사는 잠재력을 높여주고 영적 에너지를 충전시켜준다. 감사를 연습하라. 감사할 능력을 길러라. 감사만이 모든 불공정을 뛰어넘는다. 교회는 세상에 거룩한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 교회는 세상의 소망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복음이다.

본지 논설위원, 한국교육기획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