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명'이 주는 교훈
기독교 다큐멘터리 영화 ‘무명’이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 작품은 암흑기였던 일제강점기 조선 땅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한 일본인 선교사와 그 영향을 받아 신앙과 독립의 길을 걸었던 조선 청년 박중학 목사(고 박용 목사의 부, 개신대학원대학교 상담학 장보연 교수 시부) 등의 실화를 다뤄 조선청년들의 애국심을 그대로 드러낸 영화라는데 의미가 크다.
영화는 일본인으로서 이름도 빛도 없이 피압박 민족 조선인들에게 하나님나라를 선포하고, 조선인과 함께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인 오다 나라지와 노리마츠 마사야스 선교사의 선교여정과, 박중학 목사 등 조선청년들이 벌인 하나님나라운동과 민족해방운동, 농촌운동(삼촌운동)을 조명했다. 이들은 일제 식민지세력에 맞서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조선 민중과 함께 고난을 감내하며,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는 하나님나라를 갈망했다.
특히 오다 나라지 선교사는 평양 숭실대학교 강당에서 “신사참배는 종교 행위가 아닌 국민의례라는 말은 거짓”이라고 외치는 장면은 하나님보다도 강대국을 우상으로 섬기는 한국교회에 많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일본인 선교사의 영향을 받은 조선기독청년들은 신앙의 자유를 지키고,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 용기를 냈다. 오다 나라지 선교사의 집회에 참석한 조선 청년 박중학 등은 일제의 억압과 신앙의 자유 사이에서 깊은 갈등을 겪다가, 오다 선교사의 신념과 용기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이 만남은 박중학이 신앙적으로 각성하고, 조국의 현실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어 조선청년들을 규합, 신사참배반대운동과 민족해방운동을 벌인다. 박중학 등은 민족해방운동과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갇히는 등 실제 역사의 장면들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영화 무명은 일본제국주의 아래서 고난당한 조선청년들의 아픔과, 나라 잃은 조선의 백성,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었는가를 일깨워 주었다.
기독청년과 한국교회는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서 수난을 당했다. 영화 <무명>은 이 역사적인 사실을 그대로 증언하고 있다. 영화 <무명>이 증언하고 있듯이 이름도, 빛도 없이 민족해방운동과 신앙의 양심을 지켰던 독립운동가들의 역사적 사건은 후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정체로 드러났다. 최근 정부는 이들의 독립운동을 인정했고, 국가유공자로 추서했다. 박중학 목사의 후손인 고 박용 목사와 그의 부인 장보연 교수는 부친의 독립운동 공적을 입증하기 위해 교도소를 비롯한 경찰서, 역사자료실 등을 찾아다녔다
이들의 수고는 헛되지 않았다. 박 목사의 민족해방운동과 하나님나라운동의 공적을 입증해 낸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무명>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의 인터뷰 등을 통해 재현했고, 내레이션을 통해 박중학의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그리고 고난당하는 한민족과 함께 하나님나라운동을 벌인 일본인 선교사의 업적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영화가 갖는 의미가 크다. 여기에다 독립운동 관련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본지를 비롯한 언론사의 보도내용, 그리고 재현 드라마가 어우러져 영화의 진정성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배우 하정우의 차분하고 진중한 내레이션은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제작진은 “이름 없이 헌신한 선교사들과, 그 영향을 받아 변모한 조선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일 양국을 잇는 진정한 평화(샬롬)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실제 일제하에서 한국교회와 기독청년들의 민족해방운동은 비폭력평화운동이었으며, 하나님나라운동이었다.
영화 무명의 등장인물인 두 명의 일본인 선교사는 조선청년들에게 성경적 관점에서 조선민족해방운동의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두 명의 선교사로부터 영향을 받은 박중학 등의 신앙과 독립운동의 여정을 통해, 일제강점기 조선 청년들이 겪었던 갈등과 성장, 그리고 이름도, 빛도 없는 민족해방운동과 하나님나라운동에 헌신한 이들의 숭고한 애국심과 신앙심을 오늘을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의미를 더해주고도 남는다.
특히 영화의 실제 인물인 박중학은 단순한 역사적 인물을 넘어, 신앙과 민족의식이 만나는 지점에서 평범한 이들이 역사를 바꾼 주역이었음을 상징하는 인물로, 역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한국교회에 기독교의 잃어버린 역사적 책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다. 영화 ‘무명’은 박중학을 비롯한 이름도, 빛도 없이 민족해방운동에 참여한 기독청년들의 신앙과 희생, 이들이 남긴 유산을 통해 광복 80주년을 맞은 오늘 대한민국의 국민과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는 한국교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