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한인 살해 사건이 드러낸 선교 현장의 변화 절실
해외 선교, ‘보호’와 ‘동행’으로 복음의 인간적 실현중요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 살해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파장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등 해외에서도 이를 둘러싸고, 자국민 보호에 나섰다. 이번 한국인 대학생 살해사건은 단순한 개인 범죄를 넘어, 해외 체류 한국인 사회의 취약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한국인 납치, 피살사건은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는 한국인 선교사가 가장 많이 활동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수백 명의 선교사들이 복음 전파와 교육, 의료, 복지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현지 교민과 단기 체류자를 포함하면 약 2만여 명의 한국인이 머무르고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선교 열기와 달리, 현지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교회의 대응 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에 있다. 현지인 선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범죄조직에 노출된 한국인을 위한 보호 역시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선교를 ‘복음 전파’ 중심으로 이해해왔다. 교회를 세우고, 현지인을 제자화하며, 복음을 나누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해외 선교가 더 이상 ‘영혼 구원’만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선교 현장은 동시에 수많은 한국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생활의 공간이며, 범죄·빈곤·인권침해가 교차하는 사회적 현장이다.
실제 캄보디아 내 한국인 사회는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교사, 사업가, 노동자, 학생, 이주민 등이 한데 어울려 있다. 그러나 그들을 연결하고 보호할 체계는 매우 취약하다. 언어 장벽, 법적 제약, 의료·안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선교사들이 사실상 한국인 공동체의 유일한 상담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는 교회가 영적 돌봄을 넘어, 사회적 돌봄의 기능까지 감당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번 캄보디아 한인 대학생 살해사건은 한국교회 해외선교의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복음 전파와 함께, 현지 한국인 공동체를 위한 ‘안전망 사역’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몇 명의 선교사는 범죄조직에 감금된 내국인을 구조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해외선교는 예배 중심의 사역만으로는 복잡한 사회 현실에 대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선교사와 교민, 대사관, NGO, 현지 교회 간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긴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조직해야 한다. 위기 발생 시 법률·의료·심리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교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미 인적·재정적 역량은 이러한 구조적 대응과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다만 기존의 ‘영적 사역’ 틀에 머물러 있던 선교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선교의 역량을 넓힐 수 없다
해외선교사들은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립된 교민의 현실적 어려움에 동행하는 공동체로 거듭날 때, 선교는 단순한 종교 활동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선교의 역량이 확장된다. 이번 한국인 살해사건은 한국교회에 두 가지 과제를 던진다. 첫째는 선교의 본질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복음 전파는 인간 전체를 향한 구원 사역이지, 교리적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다음은, 교회는 해외 체류 한국인 사회의 윤리적·정신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현지의 범죄, 중독, 빈곤 문제는 복음의 부재가 아니라 공동체 돌봄의 부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캄보디아의 비극적 사건은 결국 한국 선교의 새로운 과제를 드러냈다. 이 사건이 일회성 충격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한국교회는 해외 선교 정책을 재점검하고, 현지 교민 지원을 공식적인 사역 영역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교회가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책임 있게 응답할 때, 복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거 될 것이다. 해외 선교의 다음 단계는 ‘보호’와 ‘동행’이다. 현지 한국인 사회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은 곧 복음의 인간적 실현이며, 그것이 오늘 한국교회가 캄보디아 사건 앞에서 서야 할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