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성 헌 목사

오늘 세계는 미국을 일극체제로 하는 자본주의 보편질서가 자연스럽게 성립되었다. 이것을 우리는 세계화라고 한다. 세계화의 꿈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기독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너희는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어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태복음 28장19-20절)

기독교는 5세기까지 지중해 연안국가들로 확산되었고, 10세기에 이르러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세계화가 본격화된 것은 15세기 유럽의 자본주의 발흥과 항해술이 발달하면서부터이다. 유럽인들의 세계화는 한마디로 콜럼버스의 꿈이었던 신대륙을 점령하면서 시작됐다. 그것은 유럽의 자본주의적 욕구에서 출발한 것이다. 기독교적 세계선교도 그 바탕에 있었다.

콜럼버스는 미 신대륙을 향해 떠나면서 “하나님이 승리하실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백성들의 우상을 비로 쓸어버리고, 그들이 처한 곳에서 하나님을 경배하게 할 것이다”라고 한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굳게 믿고 항해의 길에 올랐다.

유럽인들의 기독교적 세계선교의 꿈과 자본주의적 세계지배의 의지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의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세 초의 특징은 종교와 정치가 결합되어 있었으며, 이것은 중세 말에 와서 자본주의와 기독교 선교의 결합으로 대체되었다.

기독교선교와 자본주의적 의지의 결합은 콜럼버스가 세계화를 시도한지 500년이 지난 지금, 기독교 선교의 꿈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자본주의의 독보적인 승리로도 평가한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콜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 500주년 특집에서 자본주의의 세계적 승리를 평가했다. 이 평가는 단호했다. 유럽의 자본주의 문명은 기독교의 선교적 희망과 더불어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전능하신 하나님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시장이라는 보편적 문명이다는 평가를 내렸다.

“전능하신 하나님 대신 시장이 등장했다. 이 신의 현현은 다우존스 주가지수이고, 그의 성체는 미국의 달러이며, 그의 미사는 환율 조정이고, 그의 나라는 크렘린의 지도자들까지도 찬양하는 자본주의적 보편 문명이다”

이 평가와 같이 자본주의적 세계화를 통해서 등장한 새로운 세계질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삶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인 미국 경제력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은 한국교회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낮아지신 하나님의 아들, 성육신한 그리스도, 고통 받는 인간을 위해서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아니라, 자본주의 원리에 기초한 업적주의, 성공주의에 기초한 맘몬주의이다. 한국교회는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진리가 지배하지 않고, 맘몬주의의 원리가 지배한다.

그렇다면 오늘 자본주의의 세계화 실체는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본이라는 맘몬에게 무제약적 자유를 허락한 것에서부터 인간들은 자유를 상실하고, 자본의 노예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우리사회, 특히 교회는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 ‘돈’이 ‘신’이 되어 버렸다. 호화로운 교회당을 건축해 놓고, 예수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행동하는 교회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당이 수천억, 수백억, 수십억을 삼켜버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교인들은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한다. 완전히 ‘다윗문화’에 길들여져 버렸다. 대신 부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맘몬과 바벨을 노래한다.

속초 성암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