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경 욱 목사

이 세상에서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자신의 배우자일 것이다. 그래서 부부는 무촌이라고도 하고, 부부일심동체라고도 한다. 항상 서로 마주보는 거울과 같아서 상대방의 얼굴이 또 다른 나의 얼굴이라고도 한다. 내가 웃고 있으면 상대방도 웃고 내가 인상을 쓰고 찡그리고 있으면 상대방도 찡그린다는 것이다. 촌수가 없을 만큼 가까운 사이이지만 부부 사이는 조금만 틀어져도 서로 엇갈리게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또 다른 내 자신이기에 더욱 존중하고 사랑하고 배려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의 이혼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라고 한다. 게다가 해마다 이혼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기록이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우려할 만한 일이다. 깨어지는 가정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사회도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의 날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부부문화를 퍼지게 하고 건전한 가족문화를 정착시키며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됐다.

첫 주창자인 권재도 목사는 1995년 어린이날 “우리 엄마 아빠가 함께 사는 게 소원이에요”라는 한 어린이의 TV 인터뷰를 보며 충격을 받아 부부의 날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가족해체를 예장하고 이혼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부 사이에 지켜야 할 예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가까운 사이라 해서 함부로 여기고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특히 쉽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배우자에게 평생의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무심코 던진 말은 커다란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서로 마음의 벽을 쌓게 된다는 것을 결정적 계기가 된다.

배우자에게 부족한 점이 있거나 불만이 있을 때 “당신은 왜 이래”라거나 “당신은 늘 이게 문제야”라고 무조건 비난부터 할 것이 아니라 자신과 배우자의 가치관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부싸움이 벌어졌을 때 상대방 가족을 언급하는 것도 금물이다. “당신 집은 왜 그러냐?”라든지 “당신은 꼭 당신 어머니 같이 말하더라” 등의 말은 상대방이 듣기에 매우 언짢고 불쾌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싸움이 벌어진 원인과 상관없이 큰 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배우자를 낮게 평가하면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도 상대방의 자존심에 커다란 생채기를 입힌다. “누구네 집 아빠는 돈도 잘 벌고 가정적이라던데 당신은 왜 그래?”, “누구 엄마는 그렇게 시댁에 잘하고 애들 교육도 잘 시키더라” 등 자신의 배우자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며 깎아내리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이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로 선택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배우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 “난 당신의 이런 모습이 정말 싫어”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이런 말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배우자를 낮춰 보게 만들뿐만 아니라 커다란 상처를 받게 된다.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늘 말하던 것이 실제로 어떤 사실을 가져오는 결과가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가끔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고 “헤어지자”라든지 “이혼하자”는 등의 말을 입에 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는 하지만 쉽게 화해하지 못하고 가슴 속에 앙금을 쌓게 된다면 어긋난 부부사이가 회복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말 대신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가 더 아껴주고 사랑하겠어”, “나는 당신을 믿어”라고 말한다면 부부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수많은 위기를 잘 극복하고 화목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부부의 날을 맞는 오늘 자신의 배우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꼬옥 안아주는 것은 어떨까.

예장 대신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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