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고 현 목사

세상말로 7-8월은 극성수기로 불리는 휴가철이다. 저마다 상반기 동안 수고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러 국내외를 막론하고 떠난다. 숙박업소와 항공편은 이미 만원이며, 계곡과 산도 휴식을 위해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게 활기찬 하반기를 맞을 준비를 마친다.

하지만 유독 한국교회 안에서의 온전히 쉼을 제공받는 목회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물론 몇몇 교회의 목회자들은 해마다 정해진 휴식을 취하기도 하지만, 개척교회 목회자와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녹록치 않다. 혼자서 목회를 도맡아 하다 보니 시간적인 여유는 물론, 물질적인 제약도 만만치 않다. 이들에게 개인적인 쉼이란 자칫 사치스러울 수 있다.

이밖에도 고려신학대학원에서 목회상담학을 가르치고 있는 하재성 교수가 <목회와 신학>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교회와 목회자들의 내면에 있는 기대, 선명하지 않은 업무의 경계선, 지속적인 영적 압박감에서 오는 피로감, 자신을 돌보지 않는 목회자들의 자기 착취, 긍정의 과잉문제 등 다양한 억압이 목회자들의 쉼을 빼앗고 있다. 그렇게 목회자는 육체적, 영적 ‘번 아웃’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오늘 목회자들은 말라버린 영적 갈급함을 채우기 위해 아무리 목회환경이 어렵다고 해도, 쉼은 반드시 지킬 것을 권한다. 시간과 물질의 여유가 없다고 해서 강행군을 펼친다면, 이는 곧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일반 직장에서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능률이 더 오른다. 마찬가지로 목회에 있어서도 일 년에 고작 1주일에 지나지 않을 작은 쉼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잠시 내려놓고 떠날 때 비로소 영육간의 회복을 꾀할 수 있다. 목회자가 건강해야 교회도 건강할 수 있다. 이는 곧 성도들의 영적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목회자가 일반 사람들처럼 마냥 즐기고 떠드는 왁자지껄한 휴식을 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쉬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까. 우선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당장 떠나길 바란다. 교회의 일은 잠시 잊어버리고, 가족과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자. 목사를 남편과 아버지로 두어 남모를 스트레스에 처했을지도 모르는 사모와 자녀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을 위해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자. 가정이 행복해야 만사가 형통한 것이다. 가정이 화목할 때 비로소 목회자 개인은 힘을 얻어 교회 안에서도 성도들의 갈급한 영적 목마름을 해소시켜줄 수 있다.

이 때 평소 읽으려던 책을 정독하거나, 평소 가보려 했던 선교지 탐방도 좋은 방법이다. 과로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서 좋고,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이 기간 동안 다른 교회의 목회 형태를 엿보고, 설교를 듣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자칫 정형화된 자신의 목회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수 도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치지 않는 선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선행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교회성장이나 성도들과의 관계 개선에 심한 압박을 받아왔던 것에서 벗어나, 이 세상에 진정 가난하고, 병들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목회의 성공이 꼭 교회의 크기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목회자라고 해서 무조건 참고 견디기만 하면, 쉽게 지치고 주저앉게 된다. 이는 곧 교회와 성도들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다. 따라서 무덥고 습한 이 여름에 목회자 개인이 어떻게 쉼을 영위하느냐에 따라서 목회가 살고, 교회가 성장하며, 성도들의 메마른 영성이 채워진다. 결국 목회자 개인의 쉼은 곧 교회와 성도들의 회복에 직결되는 셈이다.

상반기 힘차게 달려온 2017년 여름 한국교회의 모든 목회자들이 올바른 쉼을 통해서 하반기에도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확장되는 놀라운 역사를 이루는 주의 종들이 다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예장 보수총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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