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경 욱 목사

이례적인 고온현상으로 전 세계가 펄펄 끓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연일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기상청에서도 폭염주의보 긴급재난문자를 보내기 일쑤다. 아무리 여름이라지만, 지구가 얼마나 뜨겁게 닳아 올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창조질서가 온전히 보존되지 못한 채 인간의 이기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구의 생태계가 병들면서 단순히 기온이 올랐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갈수록 인간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 증가하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빙하고 녹고, 해수면 상승으로 생태계는 극도의 혼란상태에 놓이게 됐다. 이는 곧 슈퍼태풍, 쓰나미, 지진, 해일 등 순식간에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천재지변으로 다가온다. 이는 삼한사온이 뚜렷한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여름과 겨울이 두드러지는 기후로 변한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남쪽지방에서 아열대성 작물이 자라는 것만 봐도 지구 온난화가 어디까지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몇몇 나라를 필두로 세계가 꺼져가는 지구를 다시 살려보자는 생각에서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병들어 가는 지구를 치유하기에는 벅찬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지구의 환경 따위는 관심에도 없는 무책임한 개발정책을 벌이는 나라들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지구의 생명 시계는 생각보다 빠르게 종착점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누구보다 창조생명에 대해 관심을 두어야 할 교회가 무감각하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푸른빛이 잿빛으로 물들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저 뒷짐만 쥔 채 행동으로 옮기기 않고 있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환경보존은 그저 특정 단체들의 일(?)일 뿐이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온전히 보존하는 것도 주어진 사명임에도 교회부터 성장하겠다는 말만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우뚝 솟은 예배당을 웅장하게 짓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더 이상 방관자적인 입장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또 단순히 기도에만 머무르지 말고, 직접 발 벗고 나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이제는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소중한 창조질서를 온전히 보존하는 지킴이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더 이상 구속신앙이나 부흥과 성장을 위해서만 목을 매지 말고, 생명공동체를 세우는 생명목회와 녹색교회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도심에 우뚝 솟은 첨탑의 날선 모습이 아닌, 자연의 향기가 나는 있는 그대로의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백화점 같은 교회의 모습이 아닌, 하나님의 창조질서 안에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나님의 아름다운 피조물들이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지배 가운데 고통당하고 신음하고 있는 것을 ‘나 몰라라’ 하지 말고, 교회가 앞장서 지켜나가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일은 의무이자 책임으로, 특정 단체나 교회만의 역할이 아니다. 모두가 참회하는 마음으로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침묵했던 우리의 모습을 회개하며,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고귀한 생명의 가치를 되살리도록 힘써야 한다.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훗날 우리 자손대대로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의 터전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터를 닦아 주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태초에 보기 좋게 만드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온전히 보존하는데 구슬땀을 흘려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터전을 보존하고 회복시키는 일에 한국교회 전체가 하나로 똘똘 뭉치길 소망한다.

예장 대신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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