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한 처음에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 내셨다”(창세기 1장 1절)

성서는 이 첫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그래야만 성서의 세계를 들어 갈 수 있다. 인간의 머리로는 도무지 하나님의 창조를 이해 할 수 없다. ‘한 처음’을 생각하면, 그 보다 앞선 시간을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머리가 평면적인 것 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무한한 과거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못한다. 인간이 ‘한 처음’을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아무리 ‘한 처음’을 생각한다고 해도, 그 이전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성서는 ‘한 처음’ 이전에 흑암에 갇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 처음’이 없었다면, 어느 때엔가 시간이 시작되지 않았다면,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의 흐름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다.

하나님은, ‘한 처음’인 태초에 천지를 창조했다는 성서의 말씀은 인간의 평면적인 생각을 끊어버린다. ‘한 처음’에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였다는 선언은 모든 사변과 추리, 관념을 깨뜨려 버린다. 하나님의 창조는 생각이나, 추리나, 관념이나, 과학의 대상이 아니다. 믿음의 대상이다. 오직 믿음으로만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받아들일 수 있다.

어떤 과학자가 어거스틴에게 천지창조 이전에 하나님은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다.

어거스틴은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하나님은 지옥을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이 이야기도 믿음을 통해서만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이해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또한 믿음을 통해서만 하나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인류에게 많은 진리를 열어 주었다. 올바른 세계관을 갖게 해 주었다. 천지 만물은 하나님이 지으신 것이기 때문에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인간은 천지 만물 속에서 하나님의 달고 오묘한 솜씨와 선한 뜻을 헤아릴 수 있다. 사람들이 짓밟고 있는 들 꽃 하나에도 하나님의 손길이 스며 있고, 하나님의 신비로움이 그대로 숨겨 있다.

하나님은 흙과 물과 바람과 햇빛을 빚어서 푸른 잎을 빚어냈다. 강과 바다, 하늘과 땅을 지었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시고, 보기에 좋았다고 하셨다. 때문에 인간은 천지 만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져야 하고, 물질세계를 긍정해야 한다. 물질세계에 대해서 천시하거나, 나약하게 보는 것은 창조 신앙과 거리가 멀다. 오늘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재앙을 보라. 모두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나약하게 보고,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도전한 결과가 아닌가. 한마디로 세계는 인간이 ‘신’에게 도전한 결과 자연재해 등의 재앙에 떨고 있다.

창조신앙은 물질세계를 소중히 여기지만, 물질주의나, 우상숭배에 빠지지 않는다. 물질세계는 하나님의 피조물이지, 하나님 자신은 아니다. 우상숭배는 피조물을 하나님처럼 섬기는 것이 우상숭배이다. 인간이 숭배하던 큰 바위, 큰 나무, 호랑이, 곰 등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인간의 친구이고, 인간을 위해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 할 때,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해 자유롭게 된다.

이런 것들을 숭배하게 되면 미신에 빠지게 된다. 이제 인간은 이러한 것들을 두려워 하거나 숭배하지 않고, 그것들을 관찰하고 탐구하며 그것들과 교류해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해야 한다. 하나님의 창조신앙은 미신적인 우상숭배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생각을 하게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하게 한다.

모든 생명은 하나님이 창조하셨다. 하나님은 생명의 근원이다. 이 사실을 믿는 사람은 생명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된다. 그리고 생명 자체를 절대화 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그것은 생명도 하나님의 피조물이요 하나님의 손안에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세상에서 살으라고 명령한 모든 생명은 아름답다.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흑암을 뚫고, 생명이 잉태되는 것을 보면, 참 아름답고, 경이롭다.

인천 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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