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길 자 목사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성결교회가 95개조 개혁안을 내놓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500년전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의 성곽 교회인 슐로스키르헤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은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는 마치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지고, 기독교 본질을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진심으로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살펴볼 수 있다.

솔직히 언제부터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한국교회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180도 바뀌었다. 누구보다 낮은 자의 심정으로 섬김의 본을 보이던 모습과 달리, 제물과 권력 등 세속적인 것들을 탐하는 모습들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국교회의 이미지 실추에 직접적 영향을 줬고, 한 번 떨어진 이미지는 쉽게 올라가지 못했다. 따라서 성결교회가 발표한 95개조 개혁안 중 ‘교회갱신’ 부분에서 “교회 지도자들의 겸손을 강조하고, 이기적 자아도취와 공로주의적 교만을 배격하며, 이를 철저하게 회개한다”는 부분을 한국교회 전체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고개를 굽히지 않은 채 자만심에 빠져 있을 것인가. 제 아무리 잘났어도 하나님 밑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더불어 작금의 교회의 형태도 변화가 시급하다. 이제는 교회안의 지연과 학연, 혈연을 근거로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모든 악습을 철폐하고, 재정사용에 있어서도 투명성과 효율성을 원칙으로 삼아 과도한 채무를 지지 않는 등 건전하고 검소한 운영을 통해 사회의 빛이 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외형적 성장에만 치우치지 말고, 몸된 교회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성결할 삶’ 부분의 “성결한 삶은 신앙 공동체를 통한 예배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과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처럼,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나눔과 섬김에 결코 인색해서는 안된다. 내 것에만 몰두하지 말고,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에게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대가 없는 사랑을 실천에 옮거야 한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과 평화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하나님 나라의 건설을 도모해야 한다.

오늘 한국교회에 있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그릇된 윤리를 바로 잡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사고들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스스로 무너지는 현상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다. 특히 목회자가 잘못된 행동을 보이면 성도들까지 물들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행동 가지가지에 언제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목회자들은 ‘목회자 윤리’ 부분에 나온 것처럼 사회의 기본질서 준수에 있어서 성도들에게 본을 보여야 하며, 교회의 재정운영에 있어서 사회의 법규를 충실히 준수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생활에 있어서도 단순하고 검소하며 소박한 생활로 성도들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목회자가 돈을 너무 밝히는 모습은 결코 성도들에게 본이 될 수 없다. 이밖에도 목회자는 설교, 상담, 심방, 안수기도 등의 목회활동 속에서 이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일체의 언행을 지양해야 하고, 성적 비행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차세대 한국교회를 이끌어갈 리더들이 안타깝게 무너진 것은 바로 이 성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때문에 그 어떤 문제보다도 목회자는 자신이 주의 종으로서 맡은 바 사명이 무엇인지를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지도자와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뼈를 깎는 각오로 새롭게 거듭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빛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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