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의 경 목사

11월 19일 추수감사절이다. 한 해에 한 번 가을 곡식을 거두는 시기에 맞춰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올리는 뜻 깊은 날이다. 오곡백과가 수를 놓는 가을, 풍성한 수확을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지 못하고 있다는 물음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특히 부족한 1년 예산을 충당하는 헌금을 거두어들이는 절기(?)로 변질되었다는 지적에는 차마 몸 둘 곳을 찾지 못하겠다.

이런 비난까지 받게 된 배경에는 분명 4대 절기임에도 불구하고, 추수감사절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그저 한해의 수확에 대한 감사의 날로 생각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헌금을 하는 날로만 생각한다. 물론 일부에 국한되긴 하지만, 담임목사의 잘못이 크다고 생각된다. 성도들에게 추수감사절의 바른 의미를 알려주고, 그에 상응하는 추수감사주일을 보내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런데도 눈앞에 수확(?)에만 혈안이 되어 보고도 못 본채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결국 이러한 모습은 가뜩이나 한국교회를 가재 눈으로 바라보는 사회의 비판적 시선을 피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추수감사절이 교회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다시 말해 모두의 추수감사절이 되어야 하는데, 문을 걸어 잠그고 성도들만을 위한 절기행사로 전락해 버린다는 점이다.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통한 나눔과 섬김의 모습이 온데간데없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을 향해 나서지 못하는데, 어찌 사회가 교회를 향해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가만히 앉아서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은 가장 우매한 처사다. 이는 하나님이 주신 가장 시급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명령을 거스르는 행위나 다름없다.
따라서 올해 추수감사절부터라도 한국교회의 여러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 먼저 추수감사절을 모자란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절기 아닌 절기로 전락시키지 말고, 진정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의미 있는 절기로 되찾아야 한다. 더 이상 추수감사절의 의미가 약화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도들에게도 이 뜻 깊은 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설명해주고, 추수감사주일을 덧없이 보내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절대 교회건축헌금이나 예산을 늘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추수감사절을 1년간 농사를 지은 그 대가를 하나님에게 바치는 의미도 있지만, 1년간 자신이 살아온 과정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로 이해시켜야 한다. 한 해 동안 하나님의 보살핌 속에서 살아온 은혜를 되짚어 보고, 그에 상응하는 고마움과 감사함의 표현하는 것, 그것이 성도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다.

동시에 추수감사절을 교회만의 축제가 아닌, 지역사회 전체의 축제로 확산시켜야 한다. 특히 한 해의 수확에 대한 감사예배를 드리는 날이기에,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과 함께 보내며 그들에게 나눌 수 있는 기쁨도 누려야 한다. 절기니까 지키는 것이 아닌, 진정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이웃들을 위해 나눠야 한다. 그것이 진정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에 대한 온전한 감사가 아닐까 싶다.

올해 추수감사절은 성도들뿐 아니라, 독거노인들, 한부모가정, 청소년가장 등 소외된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는 날이 되길 소망한다. 아울러 모두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감사합니다’란 말이 터져 나오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

예장 열린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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