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경 욱 목사.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우선인가, 태아의 생명권이 우선인가. 한국사회가 이 두 가지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 청원이 올라온데 이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답변을 하면서 공론화가 됐다.

한쪽에선 원치 않는 출산은 여성은 물론, 태어나는 아이, 국가 모두의 비극으로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 현행 낙태죄를 폐지해 달라고 외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태아가 무슨 잘못이 있어 함부로 생명을 앗아가느냐며 반대 논리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해서인지 낙태죄 폐지 여론이 점점 거세지는 분위기다.

사회의 이러한 양분에 목회자로서 답답한 심경이다. 이 땅에는 그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다.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셨기에 생명 하나하나에 소중함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하물며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우리 인간이 태아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입장에선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한 모두의 불행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원치 않는 임신이란 범위가 애매하다. 또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불행도 이유를 드는데, 이마저도 설득력을 얻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는 낙태 자체는 불법이지만, 예외조항이 있다.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유전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 친족성폭행, 산모 건강 우려 등은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낙태를 찬성하는 입장이 원치 않는 임신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 위 예외조항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물론 몇몇 부분에서 여성이 겪어야할 고통은 지레짐작이 간다. 미혼모들의 어려움도 익히 알고 있기에 쉽게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명을 그 어떠한 논리로 쉽게 포기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에게 갑작스럽게 생긴 아이가 훗날 똑같이 경제적 어려움을 대물림할까봐 낙태를 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생명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귀한 것이다.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맘대로 해서는 안된다. 엄밀히 말하면 살인이나 마찬가지인 끔찍한 행위다.

그렇다면 현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낙태죄가 폐지될 경우 무분별한 낙태가 성행할 우려가 있다. 오히려 낙태죄 폐지가 아닌 생명존중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것이 절실한 시기이다. 여성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태아의 생명권이 더 우선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어릴 적부터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여성에게만 전적으로 책임이 부과되는 현재의 모습은 탈피해야 한다. 덧붙여 현행 낙태가 허용되는 예외조항의 범위를 좀 더 확대하는 것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 경제적 어려움으로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없도록 여성과 태아 모두 건강하게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데 국가가 나서야 한다.

온 천하에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은 더욱 그렇다. 그런데 섣부른 판단으로 누구보다 축복을 받아야 하는 태아의 생명을 포기토록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는 단순한 논리로 생명경시 풍조를 방조하지 말고, 생명을 살리는 정책을 담보해 나가야 한다. 생명은 단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필수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예장 대신 사무총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